구독(Subscription). 사전적 의미는 ‘신문 등을 구독하다’라는 뜻이다. 일정한 기간에 일정한 금액을 내고 원하는 상품을 공급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경제 개념’이 더해지면서 ‘구독경제’로 확장됐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독경제생활을 해왔다. 신문과 우유는 매일 아침마다 배달됐고 잡지도 주 또는 월 단위로 배달되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구독경제’가 메가 트렌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혹시 차도 한달에 한번씩 바꿔 탈 수 있을까?’ ‘명품을 한달만이라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미술품을 우리 집에 걸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은 현실이 됐다. 소유 개념이 아니라 일정기간만 구독하는 ‘상품 마케팅’ 개념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Un-tact) 소비’가 일상화되면 구독경제 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등 대면접촉을 피할 수 있는데다 편리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문 앞까지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자동차·옷·화장품 등 ‘경험형’ 인기
구독경제는 몇 년전부터 자동차, 옷, 미술품, 화장품 등 ‘경험형’·‘취향형’ 구독경제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자동차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제네시스의 월간 구독 프로그램 ‘제네시스 스펙트럼’(월 149만원)에 이어 현대차를 교체하며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월 72만원)을 선보였다.
의류 스타트업 클로젯셰어는 횟수 제한 없이 원하는 옷을 마음껏 빌려 입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로젯셰어는 집 앞까지 옷과 가방을 배달해준다. 매달 9만 9000원.
‘꾸까’는 월 1만 7900원을 내면 2주에 한 번씩 해당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모아놓은 꽃다발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준다.
‘오픈갤러리’는 매월 최저 3만 9000원에 3개월에 한번씩 미술가의 미술 작품을 배송해준다. 이용료가 비싸지만 고가의 작품을 직접 사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생수·반찬·이유식 등 ‘생필품’으로 확대
코로나가 ‘구독경제’의 품목도 바뀌게 했다. 기존의 ‘취향형’ 구독경제보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생수, 김치, 과일, 빵, 반찬, 이유식 등 생필품 구독경제를 잇따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이달부터 과일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실시한다. 월 구독료 18만원을 내면 신세계백화점 청과 바이어가 직접 고른 제철 과일 3~5종을 매주 목요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총 20만원 상당으로, 매주 1회 5~10kg의 모듬 과일이 집으로 배송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맞춤형 반찬에 이어 올해 4월부터 빵·와인·커피 구독 서비스를 노원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빵 구독 서비스의 경우 한 달에 5만원만 내면 ‘여섯시오븐’ 베이커리에서 매일 빵 1개가 제공된다. 와인은 월 5만원에 4병을, 커피는 월 4만원에 아메리카노 30잔을 즐길 수 있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제과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론칭했다. ‘월간 과자’는 매번 제품을 번거롭게 직접 구매할 필요 없이, 매월 다르게 구성된 롯데제과의 제품을 과자박스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월간 과자’ 서비스는 매월 롯데제과의 인기 과자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이달 23일까지 롯데제과 공식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서비스 신청을 받는다. 모집 정원은 선착순으로 200명. 이용료는 월 9900원이며 3개월 선결제 방식이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더반찬’에서는 매번 번거롭게 제품을 주문할 필요 없이 매일 각기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날짜의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하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까지 매출액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5개월간 매출액이 월평균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GS샵은 온라인 구매가 부쩍 늘어난 생수를 정기 구독 서비스로 판매한다. 지난 3월25일부터 ‘달달마켓X풀무원 샘물’ 판매 방송을 진행한다. 생수 총 100병을 3주마다 한 번씩 3회에 걸쳐 배송한다. 가격은 4만 9900원.
GS샵의 ‘달달마켓’은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정기배송 서비스다. 한 번 구매하면 세 번에 걸쳐 제철 과일을 배송해 주다가 포장김치, 견과류 등으로 확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3월18일 전용 온라인몰인 ‘그리팅몰’을 오픈했다. 코로나19로 건강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케어식단을 선보였다. 또 간편건강식·반찬·건강 주스·소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강마켓’도 열었다.
맞춤형 유동식 생산 전문 기업인 순수본은 영유아식 ‘베이비본죽’을 판매한다. 4일분, 7일분 등 1주 배송 수량과 횟수, 배송 요일을 선택해 정기적으로 식단을 받아볼 수 있다. 베이비본죽의 2월 배송 매출액은 직전 월 대비 10.4%, 전년 동기 대비 9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 등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탁부터 드라이클리닝까지 완료해 다음날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 이용료는 빨래 개수와 세탁 방법 등에 따라 한 달 단위로 책정된다. 와이셔츠 세벌과 정장 두 벌에 가격은 총 1만 8000원으로 동네 세탁소보다 비싸지 않다.
20~30대서 중장년층으로 ‘안착’
구독경제의 소비자는 20~30대가 주류였다.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등장하면서 활성화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용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다. 외출이 여의치 않고 이동이 불편한 중장년층의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구독경제’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신선한 반찬을 배달하는 ‘더반찬’의 정기배송 서비스가 지난해대비 20% 정도 증가했다”면서 “특히 코로나 영향인지 중장년층부터 고령층까지 서비스 이용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비자의 경제 활동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기업에게 돈을 내는 ‘상품경제’에서 소비자가 일정 기간 점유권을 갖고 쓴 만큼 기업에 돈을 지급하는 ‘공유경제’로, 나아가 소비자가 회원권을 갖고 쓴 만큼 기업에 돈을 치르는 ‘구독경제’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고 있고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될 것으로 보여 ‘구독경제’의 외연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