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감기가 사라졌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가 생활화되고 사람과의 만남이 적어지면서 가장 대중적인 바이러스(?)였던 ‘독감’이 ‘코로나’ 기세에 꺾인 것이다. 대표적인 감기약인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제약업체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인플루엔자 환자 ‘감소세 지속’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2020년도 22주차(5월24일∼5월30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유사증상 환자)는 2.4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난 9주차(2월 23일~29일) 6.3명 보다 3.9명이나 감소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인플루엔자 환자는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난 2월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9주차에 6.3명이었으나 3월에 접어든 10주차(3월 1일~7일)에는 3.9명으로 38% 급락했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소독제 사용하기 등 강력한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3월에 감소세는 계속 이어짐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3월27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해제했다. 예년에 비해 한달이나 앞선 해제였다. 이후에도 감소세는 이어지고 4월 15주차(4월 5일~11일)에는 2.7명으로 더 하락했다. 5월 22주차(5월 24일30일)에는 2.4명으로 소폭이지만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미플루’ 등 원외처방액도 하락세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국내 독감치료제의 전체 원외처방액은 153억원이다. 지난 시즌(2018년 11월~2019년 3월) 194억원과 비교하면 21.0% 감소했다. 2014~2015시즌 이후 6시즌 중 가장 낮은 처방실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의 원외처방액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국민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이 판매량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독감 치료제 시장의 ‘쌍두마차’인 종근당의 ‘타미플루’와 한미약품 ‘한미플루’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월 종근당의 타미플루 처방액은 24억 9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2월 처방액은 2억 6000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달 만에 약 22억, 즉 89.3%에 달하는 처방액이 감소한 것이다.
한미플루 처방액의 1월 처방액은 14억 5000만원이었지만 2월 처방액은 1억 4000만원이었다. 1월 대비 처방액이 약 13억원, 90.3% 하락했다.
코오롱제약 ‘코미플루’의 1월 원외처방액도 4억 9000만원을 기록했지만 2월엔 4700만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유한엔플루’의 처방액 역시 같은 기간 3억 90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업계, 웃지도 울수도 없는 상황
의료·약사·제약업계는 각각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로 전 국민들이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며 “독감 환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치료제 처방액이 감소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탓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며 “독감 발생률 자체가 전년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복합적인 요인이 섞였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플루는 계절성 있는 처방액으로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처방액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R&D 부문 투자를 더욱활성화하고 복합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의는 “기초 감염 재생산 지수(R0)를 유지해야 독감이 퍼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으로 그 지수만큼 독감의 재생산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역설적으로 ‘독감 유행’의 조기 종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올해 1월만 해도 타미플루가 하루에 3~5건씩 나갔었는데 코로나 발발한 2월 이후에는 아예 사라졌다"면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에 전 국민이 신경을 쓰다 보니 독감환자와 일반 감기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