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글로벌 채권 펀드’ 투자원금 50% 선지급 결정
뿔난 피해자들 “협의 없이 일방적 정산…‘꼼수 지급’”
대규모 투자금이 환매 지연되는 사태가 발발해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보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과 직접 대면해 보상안을 논의했던 최대 판매처 기업은행은 결국 ‘50% 선 가지급‧후 정산’안을 결정했다.
하지만 ‘꼼수 지급’이라며 원금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사태 해결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피해자들은 윤종원 기업은행장 파면을 촉구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를 연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핀테크 글로벌 채권 펀드 투자자에게 최초 투자원금의 절반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디스커버리 부동산 선순위 채권 펀드는 이번 선지급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은행과 사적 화해계약을 통해 선지급금을 받게 된다. 또 향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지급방법과 시기, 절차에 대해선 추후 개별 안내된다.
현재 은행 측은 이번 결정이 환매중단 사태로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불편을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꼼수 지급’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사기 피해자들과 협의 없이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가지급 50% 후 정산을 결정한 것은 문제해결의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가지급안은 ‘향후 분쟁조정 결과에 무조건 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한과 우리 은행이 라임 펀드 투자자에 대한 원금 절반을 가지급하고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인 것.
대책위는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판매과정에서 신뢰를 저버린 사기판매로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완전 배상을 이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며 “정부와 청와대는 피해자를 우롱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당장 파면하고 근본적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태 피해자들은 지난 8일에도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었다.
금융정의연대 신장식 변호사는 “진즉에 환매됐어야 할 펀드를 1년이 넘도록 돈 한 푼 못 받고 있는데 금감원과 청와대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전액 배상을 원칙으로 해서 자산실사가 끝나기 이전이라도 선지급 배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었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 핀테크 글로벌 채권 펀드 3612억 원어치, 디스커버리 부동산 선순위 채권 펀드 3180억 원어치를 판매했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 원, 219억 원 정도가 현재 환매 지연되고 있다. 피해자는 약 2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정의연대는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상품이 최고위험등급인 1등급 상품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고객들에게 판매했다”며 “전문PB를 대상으로 초고위험 상품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인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교육시키며 조직적으로 기망했다”고 질타했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