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직장 상사로 사회생활 지도

CEO들의 이메일 경영이 조직관리 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CEO들이 직접 보내는 이메일은 단순히 안부를 주고받는 수단이 아닌 조직원을 이끄는 경영의 도구가 돼버린 것. 이메일 하나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CEO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성공 노하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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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경영 이래서 좋다" 김홍창 CJ증권 대표이사

홍성원 현대홈쇼핑 사장은 오늘도 직원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일을 잘하라고 독촉하는 내용이 아니다. 마치 한편의 단편 시를 읽듯 인생의 선배로서, 직장의 상사로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덕담들을 들려준다. 2년동안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보내는 이 쪽지는 직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홍 사장은 내부신뢰를 쌓는 데에는 일일쪽지만 한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신의 평소 생각과 사생활을 모두 노출시켜야 직원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일쪽지는 직원들의 감수성을 자극, 창의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현대홈쇼핑의 올해 목표인 질의 경영을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가 필요한데 일일쪽지가 바로 이런 역할을 해준다는 것.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현대홈쇼핑 한 직원은 “홍 사장님의 일일쪽지는 비 온 다음 갠 파란 하늘을 바라보듯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한다.


창의적 기업문화 형성에 도움


김인 삼성SDS 사장은 이메일 경영의 대표주자. 부임 후 매주 한번씩 직원들에게 월요편지를 보내 8월 현재 130회를 돌파했다.

김 사장이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계기는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서였다. 업종 특성상 7000여명의 직원이 전세계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이들과 정보 공유 차원에서 월요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얻었다.

삼성SDS 관계자는 “월요편지 이후 직원들의 애사심이 깊어졌고 부서간 친화력도 높아졌다”며 “실제로 지난 2003년 연말 종업원 만족도 지수를 조사한 결과, 애사심 항목이 50∼70% 이상으로 급격하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이메일 홍수 속에서 사장님이 보내는 CEO 편지는 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어 주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IT종사자들이 대개 인간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평을 많이 받는데 CEO편지는 그런 편견을 녹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도 매달 CEO Message란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 2월 제일모직 CEO로 부임한 제 사장은 자신이 제시한 변화와 혁신이란 비전을 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글 속에는 경영비전에 대한 제 사장의 진지한 고민이 설득력 있게 담겨 있다. 제 사장은 “이 메시지를 통해 제일모직이 미래에 ‘갖춰야 할 모습’을 임직원 여러분과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좀 더 좋은 방향은 없는지 같이 고민해 보고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메일은 비전 공유의 수단


이메일 경영의 원조격은 단연 정이만 63시티 사장. 전 직장인 (주)한컴 대표이사 시절부터 매주 한 통씩 써오기 시작한 게 올해로 3년째다.

2003년 한컴 홍보맨에서 CEO로 승진한 정 사장은 “한컴 부임시 광고주들은 떨어져 나가고 직원들 사기는 바닥이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까 생각하다 시간·공간적 제약이 적은 이메일을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 정 사장의 이메일을 받아본 한컴 직원들은 “한두번 보내다 말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진솔한 그의 글을 보면서 차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가 63시티로 옮길 때 한컴 직원들이 그의 이메일과 직원들의 답신을 묶어 ‘정이만 꾸뻑’이란 책을 만들어 선물할 정도였다.

63시티 CEO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정 사장의 이메일 보내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일종의 믿음이며 이것이 바로 조직의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이메일 경영도 화제다. 지난해 3월 기업은행장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이메일 보내기였다.

편지 속에는 가수 조용필씨·영화배우 안성기씨와 함께 한 학창시절 이야기, 거래업체를 방문한 후 느낀 점을 담은 CEO메모 등이 담겨 있어 선배로서의 친근함과 CEO로서의 리더십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CEO 이메일 덕분에 직원들과 행장간의 거리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행장에게 가감없이 전달돼 은행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들이 이메일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다. 직원들이 CEO와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며 비전을 명확히 이해·공유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CEO 이메일은 단지 경영전략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자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지름길인 셈이다.

김인 삼성SDS 사장에게 도착한 한 영업팀장의 메일의 일부다. “지난해 혁신 350일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6시그마를 영업팀장 및 영업대표들에게 교육시킬 때만 해도 도대체 SI사업과 6시그마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불만이 앞섰습니다만 지금은 영업력 강화, 영업이익의 획기적인 개선, 수주 성공률 향상 등이 6시그마의 결과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잘 알기에 CEO들은 이메일 보내기를 멈추지 않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내용이 탄탄해지고 설득력도 더해간다. CEO들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직원들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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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원 현대홈쇼핑 사장의 일일쪽지] (2005.8.3)
한 폭의 수채화 연상‥감성이 물씬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짐을 느끼게 되는걸 보니 여름이 깊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휴가 끝내고 오는 차량이 휴가 가는 차량보다 조금 많다고 하니 이제 정점을 지나가고 있구나 생각됩니다. 어제가 아닌 새로운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니 ‘그러려면 무척 부지런을 떨어야겠구나!’ 하구요. 하루하루 반성하며 또 새로움을 설계하려는 의욕도 가져봅시다. 먼저 출근해 있던 우리회사 신입사원들이 출근하는 저를 보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저런 초심이 평생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들에게 표상이 되어야 하는 나의 책임과 소임을 다할 것을 오늘 아침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샘물은 항상 마르지 않기에 그 생명력이 큰 것입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의 월요편지] (2005.8.1)
일화 통해 경영전략 조목조목 설득

“(중략)최근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토, 일요일을 얼마나 슬기롭게 활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화두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나 스스로 찾아서 이 시간을 활용한다면 2∼3년이 지난 후 큰 차이를 발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직원들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환경과 제도를 부러워하던 제 후배의 이야기와 주 2일의 휴일을 보람되게 보내는 삶의 지혜를 연결 지어 보면서 여러분 모두 자기계발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해 주기 바랍니다. (중략)‘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 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발전하는 한 주를 열어 갑시다.”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이메일] (2005.5.30)
이모티콘 십분활용, 친근감도 쑥쑥

“(한마음 체육행사를 끝내고) (중략) 저희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제가 발표했는데, 사실 경영리스크관리팀이 밤을 지새면서 만들었지만 직원 여러분들의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네여. 정말 어려운 금융환경입니다. 항상 어려운 상황 아래서도 우리의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공짜로 떡을 주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항상 어려움이 따릅니다. 수익률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원금을 깨먹을 수도--- 엉엉 하고 싶을 때도 있죠???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을 해 나가야겠네요 ㅛㅛㅛ 여러분들의 건강과 건투를 진심으로 빕니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의 CEO Message] (2005.7.1)
‘변화·혁신’ 비전 중요성 강조

가 작년 6월 CEO 메시지 첫 발송 이후 만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가장 강조해왔던 메시지는 ‘혁신’을 제일모직의 DNA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략)‘혁신’은 ‘변화’입니다. 사람도 변화하려면 몸과 정신이 같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식습관 등 3박자가 골고루 균형이 맞춰져야 합니다. (중략) 이러한 꾸준한 노력으로 정신과 육체, 체질과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혁신입니다. 하루, 이틀해서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혁신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의지와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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