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소위 ''적과의 동침''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형 제조업체들 간에 적과 손을 잡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장점이 그들을 이렇게 협력하도록 하는 것일까?
경쟁과 협력의 시너지 효과
눈에 띄게 늘어가는 경쟁업체와의 협력관계의 배경과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경쟁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노리는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 및 브랜드력 등의 약점에 대한 상호보완이다.
2004년 삼성과 소니는 각각 50%의 출자로 총 2조원의 자금을 조성하여 LCD TV용 7세대 패널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소니는 LCD TV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패널과 관련한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LCD 수급과 패널기술을 축적함과 동시에 패널 조달 비용의 절감을 기대하고 있으며, 삼성은 소니와 같은 패널을 자사제품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브랜드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처럼 경쟁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양사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여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만들고 있다.
둘째, Risk Hedge 효과다.
산업 특성상 대규모의 투자가 요구되는 LCD,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서는 경쟁사간의 합작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LCD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 차세대에 끊임 없는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 단위의 투자를 요구하는 LCD 시장에서 경쟁사간 합작은 투자 비용을 줄여주며, 결국 사업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여 주는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D램 생산을 위해 일본의 NEC와 히타치가 합작회사인 앨피다를 설립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규모의 경제다.
경쟁사와의 공동 개발 혹은 생산을 통해 공동부품 및 장비개발 프로젝트는 하위 납품업체를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포드와 함께 전륜 자동차용 6배속 자동 변속기를 개발한 GM이 대표적인 예다.
GM에서는 포드와의 차량 부품을 공유하여 똑같은 부품을 같은 납품업체에 주문할 수 있어, 결국 상당부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실패의 공통점 ‘지속적 혁신의 부재’
물론 적과의 동침에는 위험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기업의 전문성 감소,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이 그것이다.
협력을 통해 직원을 감축하게 될 경우 기업 내 기술자가 줄어들어 전문성이 하락, 이에 따라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경쟁업체와 협력하는 제조업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사 조직의 혁신성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GM과 도요타는 제휴를 통해 캘리포니아 NUMMI공장이라는 벤처 협력업체를 설립하고 오랜기간 협력해 오면서 같은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GM은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반면, 도요타는 전세계에서 도요타 배우기 열풍이 일어날 만큼 최고의 기업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처럼 두 기업이 상반된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바로 조직의 혁신성을 얼마나 ‘지속’했느냐에 있다. 도요타는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이라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도요타 최대 강점인 TPS 즉 Toyota Production System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갔지만 GM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기술과 시스템을 공유하고도 전혀 다른 길을 가고 만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2001년 소니와 에릭슨은, 통신기술 면에서의 강점을 가진 에릭슨과 젊은 층에게 디자인으로 어필하는 소니가 전략적으로 제휴해 소니-에릭슨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서로 다른 문화를 받아 들이기 위한 조직 내 혁신이 뒷받침 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도요타와 GM, 소니 에릭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자와의 협력은 사용하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이 경쟁업체와의 협력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자사 조직의 핵심을 지키면서 적당한 선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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