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영향력, 전문가적 식견이 특징

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IT산업의 발달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적극적인 쌍방향 통신이 빈번해지면서 구체화 된 용어가 ‘프로슈머(Prosumer)’다.
프로슈머라는 용어는 1980년 앨빈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 유통혁명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며 등장했다. 당시에는 학술적 개념에 머물렀지만 몇 년 전부터 일부 기업의 상품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프로슈머 집단이 형성되면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더욱 똑똑해진 소비자 ‘프로슈머’
P&G 밥 맥도널드 부회장이 “한국의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똑똑하고 까다롭다.”고 밝힌 것처럼 요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상품을 단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체에 영향력을 가해 “제품의 기획과 출시”를 강제하기도 한다. 롯데제과가 올해 초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에 붙지 않는 자일리톨 껌’은 의치(義齒)를 사용하는 노인들이 요청해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박철 교수의 지적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집단의 목소리를 내면서 판매 유통채널 까지도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프로슈머는 제품 출시 전부터 고객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며 직접 생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모니터요원과는 차별화 된 개념이다.
LG경제연구소 정지혜 연구원은 28일 열린 ‘2005 U-프로슈머 페스티발’에서 “프로슈머는 상품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자이며, 상품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제품의 결함을 정확히 지적하는 사람들도 프로슈머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만을 놓고 볼 때 프로슈머와 얼리어답터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남보다 먼저 상품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얼리어답터에 비해 프로슈머들은 기업의 상품 기획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 활용방안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이처럼 똑똑해진 소비자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지혜 연구원은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제품 성능을 지적한 후 이 의견을 반영한 제품을 기업이 내놓은 결과, 가격이 조금 올랐음에도 제품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난 사례가 있었다”며 “기업에서도 특정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프로슈머들을 생산활동에 직접 관여시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승환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 대표는 “아직 한국적 프로슈머에 대한 개념 정립이 미흡한 상태이고 기업 역시 프로슈머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명확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전제하면서도 “이미 몇몇 IT기업과 태평양 등에서는 그 효과를 충분히 보고 있는 만큼 보다 학술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도 프로슈머를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한양대 김진호 교수(문화인류학)는 프로슈머의 영역 확대와 발전 가능성을 역설하면서 “앞으로 프로슈머의 영역이나 역할은 IT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의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소비자의 피드백을 중시해야 하는 만큼 프로슈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업 발전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태평양 마케팅 부문 이해선 부사장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2천 여명의 태평양 프로슈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태평양은 프로슈머들의 고견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어 “앞으로 태평양 프로슈머는 유통 프로슈머를 통해 고객 스스로 시장을 보호하는 역할과, 그린 프로슈머를 통해 기업차원의 환경보호 활동을 고객과 함께 전개할 예정”이라며 프로슈머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현경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 콘텐츠 매니저는 “소비자의 파워가 세지면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가는 추세”라며 “프로슈머를 활용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투여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와 멀어지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라며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태평양의 프로슈머''AMOREPACIFIC''
태평양이 모니터 등을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부터 였으며, 올해로 25년째에 이른다. 현재 태평양에서는 제품 출시 전(제품 기획단계)부터 개발, 시장 출시 이후에까지, 모든 단계마다 전문 프로슈머가 활동하고 있다.
고객을 대표해 선발된 2000여명의 프로슈머가 마케팅과 제품 생산 활동 영역별로 직접 참여해 소비자가 원하는 점들을 태평양의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도록 하고,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중인 제품에 대해서는 전체 고객을 대표해 최종 평가를 내린다.
태평양의 관계자는 “프로슈머의 참여를 통해 개발, 생산된 제품은 경영 및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매출증대에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스킨 프로슈머 ‘아름아리’
▶마몽드 토탈 솔루션 : 프로슈머를 통한 타사제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장시간 보습 기능과 영양감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발리는 방향으로 조정.
▶베리떼 에이지 솔루셔니스트 : 유사한 기능을 가진 타사 제품들의 사용감 비교를 통해 선호되는 사용감 특성을 찾아 사용감 속성을 설계. 제품 개발 후 평가를 통해 설계된 사용감 속성에 부합하는지 재확인 해 제품 탄생.
전문메이크업 프로슈머 ‘뷰아리’
▶아이오페 메이크업 스마트 프라이머 : 미끌거리는 사용감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서 출시되는 제품은 덜 미끌거리는 제품으로 출시
마케팅 프로슈머 ‘꿈아리, 예아리, 보람아리’
▶마몽드 스위트허니팩, 슈가허니필링 :신제품 출시전 제품 컨셉과 제품명에 대해 프로슈머가 평가, 의견 수렴
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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