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9경영법’ 위기관리 전략

독특한 기업문화로 힘든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조직원의 동의를 얻은 기업문화야 말로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머경영, 스피드경영, 지식경영, 현장경영, 환경경영, 인재경영 등 수많은 경영 트렌드가 매년 생겨나고 퇴색한다. 이중 업종특성과 조직특징을 고려한 기업문화를 설정하는 데에는 CEO의 경영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최근 불황탈출 비책으로 서로 상반된 기업문화를 제시한 국내 기업 두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SK그룹의 ‘29경영법’과 LG전자의 ‘혁신경영’이 그것.


S K “정확한 목표설정‥오류 최소화”


SK그룹은 목표보다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29경영법을 도입했다. 그룹의 경영기법인 수펙스(SUPEX)에서 파생한 것으로 위기관리 차원의 경영기법이라 할 수 있다.

SK그룹의 29경영법은 목표에 보다 이상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목표 수립 때부터 정확한 수치를 설정한다는 경영기법이다. 예컨대 목표를 30분으로 잡을 경우 실제 30분을 넘길 가능성이 큰 만큼 29분으로 목표를 설정, 오류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 경영법은 SK텔레콤의 회의방식에 그대로 녹아있다. SK텔레콤 회의실 문 앞에 설치된 현황판에는 내부에서 열리는 회의를 29와 49, 보고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29와 49는 회의 예상 진행시간을 표시하는 것으로 29는 20분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49는 5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뜻을 각각 담고 있다.

또 회의실 안에는 2949시계가 설치, 회의시작과 함께 타이머를 작동하면 29분이나 49분 뒤에 알람을 울리며 회의 종료시각을 알려준다. 회의 참석자용 노트북에는 사내메신저 스피드웍이 깔려 있어 29를 클릭하면 29분 후 회의종료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는 핵심 위주의 토론과 협의를 진행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SK(주)는 울산 공장 왕복 2차선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30km에서 29km로 설정함으로써 평소 제한규정을 넘기기 일쑤이던 차량들의 운행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29경영법을 상징적인 의미로 도입했지만 실제로 회의의 생산성 향상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다른 계열사나 업무에도 계속 확대 적용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9경영법은 최종현 전 회장이 구상해낸 수펙스(SUPEX) 경영에서 비롯됐다. 수펙스란 ‘Super Excellent’의 조어로,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단계를 꾸준하게 추구하는 경영법. 최 전 회장은 수펙스의 일환으로 캔(CAN)미팅이란 독특한 의사교류 방법도 고안해냈다.

통조림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업무 관계자들이 모여 최상의 과제 해결법을 모색한다는 것. 허심탄회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회의 장소는 업무 장소가 아닌 제3의 장소로, 화법은 직급을 떠난 난상토론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SK는 300년간 해결하지 못한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부서 이기주위가 사라졌으며 조직운영의 집권화와 분권화가 조화되는 등의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이런 독특한 기업문화 덕분에 SK는 재계에서 가장 색깔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 “목표 상향설정‥혁신 일궈내”


LG전자의 경영철학은 SK와는 사뭇 다르다. SK가 위기관리 차원의 경영기법을 도입했다면 LG전자는 혁신을 위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경영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는 혁신경영이란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이는 김쌍수 부회장의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는 경영철학에서도 잘 드러난다. 5%를 바꾸려면 결국 방법을 바꿔야 하므로 차라리 제로베이스에서 전혀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으면 5%보다 쉽게 30%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조직원에게 “생각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방법을 바꾸자”고 주문하고 있다.

LG전자가 혁신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킨 것은 90년대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개척해온 LG전자는 80년대 전자산업의 독보적 기업이란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89년에는 급기야 극심한 노사분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당시 LG전자는 혁신하지 않으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혁신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제일 먼저 노경(노사)관계를 혁신하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 후 제일 먼저 노조를 찾아가 노경관계 안정에 힘썼다. 그는 “도중에 대대적인 가격파괴, IMF도 겪었지만 다행히 노경이 안정돼 혁신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LG전자의 혁신활동은 6시그마로 실천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5% 불가능, 30% 가능” 철학도 바로 6시그마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LG전자의 6시그마는 단순히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조직원의 마인드까지 바꾼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런 혁신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5가지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CEO의 강력한 의지 ▶리더의 솔선수범 ▶실행력 ▶혁신인재 육성 ▶변화를 즐기는 조직문화 등이 그것이다.



[박스] 기업문화에 대한 막연한 오해 6가지


1.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돈이 든다?
기업문화는 성대한 발대식, 조형물, 회식 등 돈을 들여 만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조직원이 똘똘 뭉쳐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이 중요하다

2. 기업문화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기존 문화를 바꾸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 사원이 노력하고 경영진이 솔선수범한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3. 기업문화는 이벤트에 불구하다?
기업문화를 흔히 야유회 등의 이벤트로 착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문화가 변한다는 것은 조직 내 기본철학과 사원들의 행동변화임을 명심하자.

4. 작은 기업에는 문화가 필요없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에게는 일종의 사치나 낭비요인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중소기업에게 기업문화는 더욱 필요하다.

5. 문화는 만들어지면 저절로 굴러간다?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전개돼야 하며 경영시스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6. 문화는 위에서 주도한다?
CEO들은 자신이 문화를 주도해나가면 조직원들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CEO 따로, 조직원 따로 움직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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