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알티마 차량. 사진=연합뉴스
닛산 알티마 차량. 사진=연합뉴스

닛산이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뒤 알티마와 맥시마 ‘재고떨이’에 나섰다. 평택항에서 잠자고 있는 수백대의 수입차가 ‘경차급’ 가격에 창고대방출을 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역대급 할인에 대리점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온라인에선 실시간 정보 공유로 가장 싼 가격을 타진하고 있다.

알티마 테크 2150만원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닛산이 평택항에 쌓인 중형 세단 알티마와 준대형 세단 맥시마 재고 물량을 이달 1일부터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닛산은 알티마를 1000만원 이상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1350만원이나 할인된 2.0 터보 모델은 이미 매진됐다. 소비자가 3500만원인 알티마 테크는 2200만~2150만원 수준으로 판매된다. 할인률이 최대 38.5%에 이른다. 현대차 아반떼와 비슷한 가격이며 경차인 모닝 어반의 풀옵션 가격 차이도 100여 만원에 불과하다.

기본 모델인 2.5 가솔린 알티마 스마트는 소비자가에서 1000만원 할인한 1910만원, 2.0 가솔린 터보 모델은 1350만원 낮은 2730만원에, 단일 트림인 맥시마는 1450만원 깎은 3070만원에 판매 중이다. 딜러사 할인을 더하면 가격은 50만~100만원 가량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의전화 폭주

알티마 창고대방출에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지역 모 대리점에서는 평소 전화도 없던 대리점에 하루 100통화 이상의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또한 수입차 카페와 동호회에서는 ‘가장 싼 가격에 파는 대리점이 어디냐’, ‘옵션이 뭐냐’, ‘잘 아는 딜러를 찾아라’, ‘AS는 언제까지 되냐’ 등 회원 사이 정보 공유로 시끌벅적하다.

기존에 닛산차를 구매한 일부 고객들은 ‘이제 와서 할인하면 어떻게 하냐, 괜히 미리 샀다’며 후회하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닛산차의 할인율과 정보, 지점별 재고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품절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AS는 2028년까지 

평소에는 사지 못했던 수입차를 경차 가격에 살 수 있다니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철수하는 업체의 차량을 산다는 것이 좀은 위험할 수 있다. 바로 AS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닛산은 2028년까지 기존 고객을 위한 차량 품질보증, 부품관리 등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지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중고차시장에 나온 닛산차에 대한 수요가 적었는데 이번 할인판매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신형차 할인 판매는 중고차 가격의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여 업계 차원에서도 재고정리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생산 20% 줄일 것”

닛산 본사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올해 말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닛산 본사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6712억엔(약 7조7185억원)의 순손실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영업 종료다.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데다가 일본 불매운동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닛산은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일부 지역에서도 사업을 축소해 전세계 생산능력을 20% 줄인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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