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참 이상한 제품이 하나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고 우리가 매일 잠자고 일어나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한 제조 성분이 무엇인지 일반 소비자에게 주어진 정보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 제품 무엇일까? 바로 시멘트다.

시멘트의 원료는 석회석, 규석, 점토, 산화철, 석고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 원료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폐기물이 투입되는데 플라이애쉬라고 불리는 화력발전소 석탄재, 각종 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의 원료들을 버무려 소성로(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굽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폐합성수지, 폐타이어, 폐비닐, 폐고무 등 다양한 가연성 폐기물을 함께 소각해 열을 생산하여 공급한다. 문제는 기존 폐기물을 소각한 후 발생한 유해 중금속이 포함된 소각재가 소성로에서 따로 배출되지 않고 다시 시멘트 제품에 모두 혼합된다는 것이다.

원래 시멘트 생산에는 폐기물 소각으로 나오는 열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정부가 시멘트 소성로에 폐타이어, 폐유 등과 같은 폐기물을 소각 보조연료로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하면서 시멘트 공장에서 합법적으로 쓰레기 소각이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멘트 업체들이 이러한 쓰레기를 소각하여 연료를 보조하고 그 소각재로 다시 시멘트를 만들고 있으며, 해당 시멘트에는 카드뮴(Cd), 비소(As), 망간(Mn), 수은(Hg), 납(Pb), 크롬(Cr)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위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는 암 유발, 시력장애, 환각, 신장장애, 중추신경장애 등 급성 및 만성독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멘트 업계는 강도 높게 굳은 시멘트 상태에서 앞서 언급된 유해 중금속들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해성을 떠나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의식주(衣食住)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주거(住居)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멘트인데 과연 이 시멘트에 몇 퍼센트의 폐기물이 혼합되어 있는지 최소한 성분을 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생활에 밀접한 제품이라면 성분표시는 당연한 일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유해 중금속 성분을 포함한 시멘트에는 폐기물을 포함한 제조 성분 표시가 없다.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멘트 포대 성분표시 여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 하나의 시멘트 제품에도 성분이 표시된 제품은 없었다.

시멘트 업계들은 유해한 중금속이 함유된 쓰레기로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산업 폐기물을 활용해 자원을 순환하는 친환경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멘트를 만들 때 사용되는 주 연료인 유연탄, 재생연료유 등을 폐합성수지, 폐타이어 등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에 일조한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일본 및 유럽 선진국에서는 쓰레기 시멘트가 일반화되어 원료와 연료 대체의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가 되는 각종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긍정적 효과에 앞서 제조 과정에서는 환경오염이 적게 발생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생활에 밀접한 시멘트가 인체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멘트 포대에 정확한 시멘트의 성분, 주의사항 등을 표기해 국민의 알 권리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화장품 하나를 고를 때에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화장품 용기에 표시된 성분을 보고 피부 유해 여부를 확인하며, 라면 하나를 고를 때도 봉지에 표시된 성분 중 밀가루가 수입산 인지 국산인지 꼼꼼히 따진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평생을 생활해야 할 내 집에 어떤 시멘트가 사용되었고, 심지어 그 시멘트 속에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섞어져 만들어졌는지 그 사실을 알기 어렵다.

시멘트 업계가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시멘트가 안전하고 유해성이 없다면 당연히 성분 표시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며, 시멘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시멘트를 정당한 공산품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시멘트 업계가 앞장서서 모든 제조물과 동일하게 시멘트 포대에도 정확한 성분을 표시하여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고, 동시에 국민에게 시멘트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건전한 소비자 보호 문화 정착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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