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자 “한국 정부 아무것도 안했다” 동맹 정신 망각발언
韓 잠정합의안이 최선, 이를 넘어선 제안은 의미 없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국 13억 달러 최종제안(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국 13억 달러 최종제안(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양국이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을 거부한 뒤 50%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방위비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이 처음 제시한 50억 달러에 비해선 많이 낮아진 한국의 <13억 달러> 제안에 대해 “너무 많이 내렸다”면서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나. 아무것도(안 했다)”라고 주장해 동맹의 정신을 망각했다는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다. 애초에 미국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액수를 조정한 것에 대해 “너무 많이 내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말 한미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13% 인상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해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미국의 최초 요구액인 50억 달러나 최근 제안한 13억 달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액수라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과거 협상에 비춰보면 잠정 합의한 13% 인상도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률로 부담인 상황에서 50% 인상은 검토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액수를 떠나 한미동맹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관계자는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한 대로 잠정합의안이 최선이다. 이를 넘어서는 제안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 현안 질문에 답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외교 현안 질문에 답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강경화 장관은 ‘미국의 13% 인상안거부’ 보도와 관련해 “사실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이 최선이라는 입장으로, 미국의 <50% 인상> 제안에 대해선 “검토할 필요도 없다”는데 강경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국은 미국의 새 제안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는 협상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간 논의에서도 마찬가지의 분위기다. 지난 7일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통화에서도 방위비협상은 원론적으로만 다뤄졌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서도 방위비협상은 다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의 협상 교착 국면이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전망도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방위비 협상을 양보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고, 한국으로선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힘들기에 미국 대선이 지난 뒤 새로운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관계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원대책이 마련되고는 있긴 하나 4천 명에 이르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것도 한미 정부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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