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부모, 교사 23일 교육청 앞 침묵시위
운영위 “학교 비리 청산 요구한 교사에 보복”
학교측 “아니다. 교사들과 대화할 생각 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회계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기관 경고를 받았던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100여 명이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가 교사에게 불공정한 근로계약을 요구했다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서울실용음악고 이승준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 비리 청산과 정상화를 요구해온 교사들에게 불공정한 근로계약을 제시받은 탓에 재계약이 불발되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보복성 조치로 교사 17명을 쫓아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실용음악고 송지범 교장은 “세 번에 걸쳐 임금 상승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송 교장은 “해당 교사들과 대화할 뜻이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학부모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해마다 교사 및 강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며 별다른 기준 없이 급여를 책정했다고 비판했다. 교사가 아닌 강사라는 이유로 월급이 150만원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장은 전일제 강사와 시간제 강사의 임금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박하면서도 재계약이 늦어졌으나 해고는 아니라며 여지를 남겼다.

침묵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청에 교장을 해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기독교 대한감리교 소속인 예수마을 교회 장학일 목사가 설립한 대안학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이 아닌 개인이 설립했기 때문에 교장을 해임하거나 관선 교장을 파견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실용음악고는 지난해부터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서울실용음악고가 회계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고 인건비 지급이 부적정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기관경고와 함께 설립자인 장학일 교장과 아들인 교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교육청 요구를 받아들여서 올해 초 교장과 교감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실용음악고는 학생으로 하여금 설립자 친인척이 운영하는 사설학원에서 실습수업을 받고 수강료를 내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경찰은 학교 관계자들을 횡령 혐의로 수사했었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대화도 원활하지 않다.

대학입시를 앞둔 3학년은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1학년과 2학년 학생 대다수는 22일부터 수업을 거부했고 학부모는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임윤식 기자

서울실용음악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침묵시위하고 있다.
서울실용음악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침묵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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