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은행 DB활용해 서류와 절차의 간소화 한 스위스
신용등급별 대출 준비, 서류절차 복잡해 5일 걸리는 한국
근래 들어 금융기관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접수에서 대출금 지급까지 통상 5일이 소요되는 국내에 비해, 빠르면 30분 만에 자금 지급이 마무리되는 스위스의 대출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스위스에선 온라인 신청 30분 만에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이 자금 지급까지 이뤄진다. 신속한 금융지원을 위해 면책제도 등 우리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뛰어넘는 속전속결의 방식이다. 한국과 스위스의 대출 속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차이는 대출 방식이다.
스위스는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속도를 높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스위스는 200억 스위스프랑(24조 43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준비했지만 일주일 만에 75%를 집행했고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출 속도가 남다르기에 가능한 조치다.
한국은 신용등급별로 대출 기관이 달라지는 반면, 스위스는 주거래은행 자료(DB)를 활용한 대출을 진행한다.
한국에서 고신용자(1~3등급)는 시중은행에서 중신용자(1~6등급)는 기업은행, 저신용자(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기금(소진기금)에서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대출 규모는 시중은행이 3조5000억원, 기업은행 5조8000억원, 소진기금이 2조7000억원이다. 신용등급별로 대출하는 곳이 다르기에 대출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심사하는데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스위스에선 소상공인의 상환 가능 여부를 따지지 않고 대출을 진행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은행과 쌓았던 그간의 거래 실적만을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상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정부의 보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은 피해를 볼 것이 없는 셈이다.
서류의 간소화도 큰 차이점이다. 주거래은행을 이용한 대출과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은 은행에 제출해야 할 서류 분량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출에 앞서 준비할 서류가 많다. 대출 신청 전 신용등급을 사전에 조회하고, 사업자등록증명, 임대차계약서, 통장사본 등을 구비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매출 및 납세 증빙도 해야 한다. 은행관계자는 “서류를 완벽히 가져온 고객이라도 대출약정서류를 쓰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는 것은 기본이며, 접수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버려 업무시간 이후라야 대출심사 후 대출 진행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주거래은행을 통한 대출을 진행하는 스위스에서는 거래 실적이 은행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별도의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스위스의 대출금 기준은 연간 매출의 10%이기에 대출 신청 서류에 연간 매출액만 기재해 제출하면 된다. 접수 방식은 신청서를 스캔해서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보내면 된다.
최근 기업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속금융지원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보증서 심사발급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덕분에 다소 속도가 나고 있지만, 스위스의 금융지원방식을 접목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스위스는 정부의 신용위험 보증 하에 은행들이 기존 거래고객의 정보를 활용해 도덕적 해이를 줄이면서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기업은행뿐 아니라 전국 모든 은행의 지점에서 기존 거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면 피해기업 지원에 있어 병목현상을 막고 고객 불편을 더 줄이고 심사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제안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