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으로 기업 부가가치 창출 노력

우리나라에도 수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968년 그의 저서 ‘단절의 시대''에서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그가 간파한 지식사회는 지식이 사회·경제 시스템의 필수조건이 되고,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집약적 사회다.
그의 이 같은 예견은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전으로 실제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자본’이 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러커는 이러한 ‘지식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계층으로 지식노동자를 꼽는다.
“지식노동자에게 은퇴란 없다”고 역설하며 지식노동자가 ‘생산 수단’, 즉 어떤 직무의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한 지식노동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제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현대 사회의 지식노동자는 지식이라는 생산수단만 갖추면 언제든지 제2의 다른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한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든 아니면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든 또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이른바 ‘사회사업가’의 길을 걷든 지식노동자는 육체적 연령에 상관없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물론 지식노동자가 이 같은 제 2의 경력을 여는 데는 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의 지식을 끊임없이 ‘리뉴얼’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한국의 평균수명은 76.5세로 지난 91년에 비해 4.5년이나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0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6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게 되며 평균수명은 85세에 달하게 된다.
55세에 직장에서 퇴직을 한다 하더라도 30년 이상의 긴 세월이 인생에 남게 되는 것이다. 퇴직이 결코 인생의 끝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에 부는 지식경영바람
철강과 조선 등 ‘굴뚝산업계’도 다른 어느 분야 못지 않게 경영혁신 차원에서 각종 학습모임을 지원하고 지식경진대회를 여는 등 ‘지식경영’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육성이 중요하고, 이런 지식 활동이 업무향상 등 경영혁신의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6시그마’등 회사의 경영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지식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직원들이 자발적인 학습을 위해 결성한 동아리가 200개를 넘어섰으며 참가 직원수도 3000명을 웃돌고 있다.
포스코의 사내 지식경영관련 시스템에는 매일 400여건의 새로운 지식이 등록되고 있으며 하루 접속자수도 8000명에 달하는 등 지식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지식 등록건수도 우수지식을 중심으로 매일 4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측에서도 ‘지식 사냥대회’를 주 1회 열어 직원들의 흥미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직원들의 지식경영 관련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포스코는 최근 1750건의 작업표준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는 등 실제 업무에 이를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도 2002년 본격적인 지식경영 활동을 시작하며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한 지식경영 시스템을 구축, 마일리지제도 및 각종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며 임직원들의 지식경영 참여를 독려해 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지식경영시스템과 자원관리 등을 통합한 경영혁신(PI)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조선업계도 지식경영에 본격 가담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1년여의 준비과정을 통해 최근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을 오픈했으며 전 부서별로 공유문서를 축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삼성SDS는 오랜기간 지식경영에 힘쓴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경영 기업으로 3회 연속 선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삼성SDS(www.sds.samsung.co.kr 대표 김인)는 2004년 `아시안-MAKE'' 상을 수상,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경영 기업으로 3회 연속 선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MAKE(Most Admired Knowledge Enterprises:가장 존경받는 지식경영 기업)상은 지난 98년부터 영국 지식경영 컨설팅업체인 텔레오스(Teleos)에서 주관하는 지식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상이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3년 연속 지식경영상 수상은 96년부터 추진해온 지식경영이 기업문화로 뿌리를 내린 쾌거"라고 말했다.
건설사업관리(CM)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는 지식경영의 모토 아래 10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결성된 ‘초고층연구회’는 초고층 건축을 건축구조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려는 동아리.
고층건물에 대한 구조부문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기술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비용분석 등이 주요 활동 목표이자 연구대상이다.
초고층연구회는 한미파슨스내 9명의 구조기술자와 1명의 건축기술자로 이뤄져 있다. 모두 기술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대부분 10년이상 건설회사에서 근무한 경력과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도 DB 관련 지식경영 지원
최근 정부가 발간한 ‘정부혁신사례집’에서 ‘IT·정보화’를 활용한 각 부처의 업무모델은 정부내에서도 지식경영 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 19개 사례로 꾸며진 ‘정부가 변하고 있다’라는 이 사례집에서 7건의 사례가 IT·정보화 활용건으로 확인돼, 향후 정부내 정보화 혁신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병무청은 입영자가 직접 입영일자와 훈련부대를 인터넷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통, 현재 전체 입영인원의 40%가 본인 선택으로 입대하고 있다.
행자부는 정부고속망, 지방행정정보망, 전국단일망으로 분리·운영되면서 예산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해 온 정부 행정망의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갈등의 핵심이던 통신직과 전산직의 업무를 각각 회선관리와 데이터운영으로 명확히 해, 결국 지난 8월 전자정부통합망 구축을 완료했다.
이밖에 전자신고 추진 실적을 직원평가에 반영, 지난해 5.5%에 그쳤던 특소세 전자납부(인터넷 홈택스 서비스) 비율을 올해 67.4%로 끌어 올리는 등의 성과를 낸 국세청을 비롯해 △내부자료공유시스템 구축 △지식마일리지 △지식정보사냥대회 △지식콘테스트 등의 시행으로 ‘지식경영혁신’에 성공한 공정위, 정책의 입안부터 완료까지의 전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해 유리알 행정을 안착시킨 문화부 등이 참여정부의 주요 IT·정보화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 역시 연구실적의 향상과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해 지식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 2002년 한국과학재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한 데 이어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최근 경영혁신을 위한 지식경영선포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혁신체제의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1000여 개로 분류된 핵심기술과 미래가치를 갖는 핵심 지식맵을 기반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ETRI 석·박사들의 노하우와 연구경험, 조직 내 산재해 있는 무형의 지적자산을 체계화해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가동 중이다.
한국과학재단은 웹 기반으로 연구과제의 공모·평가·선정·관리에서부터 연구수행으로 얻어지는 각종 연구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활용토록 하는 연구정보시스템, 연구비 자동지급 등 행정효율화를 위한 경영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또 지적측량 전문 공기업인 대한지적공사(대표 공민배)는 경영전략 모델 수립과 내부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업무재설계(BPR) 및 정보전략계획(ISP) 수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식경영은 대부분 기업의 CEO들이 이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영민 LG CNS 부사장,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사장, 삼성석유화학 허태학 사장 등 지식경영의 대표적인 전도사들로 꼽힌다.
유영민 LG CNS 부사장은 국내 CIO 라운드테이블 회장이다. CIO 라운드테이 블은 96년부터 LG전자 CIO를 맡으면서 조직한 모임이다. 현재 활동하는 CIO는 30여명에 달한다.
CEO들이 지식경영 선도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지식경영 산실인 매경-KAIST K-CEO 총동문회 차기 회장(현 수석부회장)으로 지명 받았다. 지식경영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고 지식경영 도입 역사는 짧지만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의식적으로 지식카페에 들러 정보를 올리고, 임원진 회의 때마다 관심을 표명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평.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지식경영의 대부(代父)란 평가를 받는다.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있을 때인 98년 지식경영을 도입했으며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신라호텔과 삼성에버랜드 근무경험으로 누구보다 고객만족에 관심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에버랜드가 추진했던 지식경영 기술은 외국으로 수출돼 대만에서 에버랜드의 지식경영 기법을 컨설팅 받을 만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곧바로 지식경영과 6시그마경영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에만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선정)과 한국 리더십 대상(한국리더십학회 선정)을 수상해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지식포럼에 기업인 주목
제5회 세계지식포럼이 지난 10월 11일부터 3일간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지식경영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져 기업인들과 경제학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폴케네디 예일대 교수, 칼리 피오리나 HP회장,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황우석 교수 등 국내외 저명인사 1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자리가 모자라 급하게 30여개의 의자를 공수해야 할 정도였다.
개막식에서 폴케네디 교수는 “국가 지도자와 최고경영자는 국가와 기업의 운영전략을 상생을 바탕으로 새롭게 수립해야 미래의 위협요인 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지도자의 덕목을 강조했으며 피오리나 회장은 “기업, 학계, 정부, 시민사회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모든 관계와 수직구조는 수평관계로 옮아갔다”며 시대의 변화에 맞춘 시스템 재편을 촉구했다.
19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시아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아시아공동통화를 만들어 미국의 환 율압력에 공동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영국 지식저널지 ‘KM리뷰''의 칼 프리드만 편집장은 “지식관리는 한마디로 인적자원간 의사소통을 하는 원칙이고 원리다. 조직 밑 바닥에서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의사소통 라인(line)을 갖추는 것"이라며 “지식경영은 기본적으로 인적자원간 상호작용이며 IT기술은 지식경영의 운송수단(vehicle)"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강의도 인상깊게 받아들였다.
세계지식포럼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13일은 지식경영의 날이었다.
아시아 최고 지식경영 기업을 가리는 발표와 시상식이 있었고 지식경영 대가인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 특강, 수상기업 사례발표에 이어 이들과 참가자 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별도 세션이 열렸다.
‘지식경영 기업과 대화'' 세션에 참가한 기업들은 직원의 지식 보유와 유출은 기업 관리자에게 큰 도전과제라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위프로테크놀로지도 이를 위해 자체 툴을 개발해 할용하고 있으며 인포시스는 직원이 보유한 암 묵적 지식까지도 공유하고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지식경영을 선도한 기업으로 알려진 화학업체 버크먼랩 전 회장인 로버트 버크먼은 “수상 업체들이 지식경영을 도입하면서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 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슈레시 인포시스 대표는 "지식경영 달성이라는 긴 여정에서 이제 출발점을 벗어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하다"고 평가하고 "회사 차원에서 전 반적으로 직원 업무 능력 수준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박준성 삼성 SDS상무는 "지식경영을 통해 서비스 제공 과정을 표준화했으며 벤치마킹한 선진사례를 개별 업무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었다"며 "모든 직원이 적극적 으로 참여한 결과 지식경영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식경영 도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일화들이 소개됐다.
위프로는 각 개인이 스스로 지식 수준을 평가절하하는 바람에 오히려 지식을 숨기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지식 공유가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 직원들에게 동의를 얻어냈다.
타타스틸은 지식 가치는 타인이 인정할 때만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 공유를 꺼리는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SDS는 고위 경영진이 지식경영 효과와 기여에 대한 불신이 컸고 따라서 이들을 설득하는 게 난제였다. 위기의식을 심어주어 이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종진 기자
ljj@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