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집중

최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485개 상장기업(신규 상장, 관리종목 등 제외) 가운데 10월 26일 현재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 지분(특수관계인 포함)보다 많은 기업이 48개(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외국인 지분은 평균 43.8%로 국내 최대주주 평균 지분(26.9%)보다 16.9%포인트 높았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지분 우위가 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해당 48개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거래소의 52.3%나 된다.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중 한국전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셈이다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은 12개로 작년 말에 비해 갑절로 늘었고 외국인 지분이 ▲30% 이상∼50% 미만 48개 ▲10% 이상∼30% 미만 84개 ▲10% 미만 341개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율 격차가 가장 큰 곳은 POSCO로, 외국인 지분율이 68.75%에 달했으나 최대주주인 포항공과대학의 지분율은 12.55%에 불과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제2의 SK 우려를 낳은바 있었던 삼성물산은 외국인 지분이 39.5%로 국내 최대주주 지분(16.0%)보다 약 2.5배 많았다.
현대산업개발도 최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이 17.02%로 외국인 지분율 65.77%에 크게 못미쳤다.
최근 소버린자산운용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 받고 있는 SK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61.2%로 최대주주 지분(17.5%)을 월등히 앞섰다.

특히, 주총을 소집해 SK사태를 불러일으킨 소버린자산운용은 SK 투자로 불과 1년 반 만에 시세평가차익(배수로 6.33배, 연리로는 422%)이 조만간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금액은 국내 대표기업 포스코의 3분기 당기순이익 1조120억원에 가까운 수치다.
소버린이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것인지 아니면 주가차익을 노리는 것인지 그 속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기 주총 이후 최태원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며 “정면돌파 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버린의 국내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 소집 요구의 시기와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소버린측은 이사의 자격 조건을 선진 기업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외국자본의 지분율 합계가 높다고 해서 곧바로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위협에 노출됐다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자본이 국내 자본시장 점유율을 거침없이 늘려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영권 방어보다 공격이 쉬운 현재의 기업규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경영권 공격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는 외국에 비해 매우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는 황금낙하산, 독약처방, 차등의결권주식발행제도 등을 실행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비효율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개발, 설비 등 성장잠재력을 위해 투자해야 할 자본을 끌어다 자사주매입이나 배당확대 등에 지출하는 ‘현금투입형’ 대책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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