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송현아 기자] 올해 초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을 맞이하면서 노조 측의 반발로 내부 진통을 겼었다.
신임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내부 반발에 부딪힌 데에는 현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종원 행장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정부 주요 재무부서를 두루 거쳤고 국제통화기금 선임자문관과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을 지낸 국제통 인사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근무한 정관계 경제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은행장으로 선임된 배경도 이러한 그의 국제적인 감각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소신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가 주효했기 때문. 그래서인지 윤 행장은 취임 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상반기 인사에서 은행장 직속의 바른경영실을 신설하는 한편, 금융사기대응팀 신설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도 무게를 둔 속내를 드러냈다.
윤 행장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의 원천은 사람에게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와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힘쓰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취지로 이번 인사에서는 은행 성과에 기여가 큰 영업점 직원에 대한 승진 규모가 커졌다. 또 역대 최대규모로 여성인력을 승진시키고, 주요 부서에 우수한 여성관리자 배치도 최대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윤행장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4인의 부행장 인사는 4인4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임 최성재 부행장은 기업은행의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가로 동아시아금융벨트 조기 구축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이끌어왔으며 신임 김영주 부행장은 소탈한 성품과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갖췄으며 중소기업대출과 관련된 핵심업무를 두루 경험한 대표적인 ‘여신통’이라고 불린다.
또 신임 윤완식 부행장은 중소기업금융의 최대 격전지인 반월·시화지역에서 탁월한 실적을 창출했으며 신임 임찬희 부행장은 고액자산가와 성장성이 큰 중소·중견기업이 다수 분포된 강남지역에서 기업은행의 입지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인사로 시작된 은행 내부의 긍정적인 기류가 윤 행장을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행장은 혁신창업기업 육성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약속은 바로 혁신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금리를 1%포인트(p) 낮춘 1조원 규모의 ‘혁신성장 특별대출’을 출시로 나타났고 올해 총 22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11.1조원 증가한 162.7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에는 최소 22조원 증가한 184.7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셈이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22.6%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견실한 대출 성장을 바탕으로 이자수익자산은 전년대비 17.8조원 증가한 256조원을 기록했다.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 등 불리한 대외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중기대출 확대와 체계적인 건전성 관리로 미래성장을 위한 체력과 이익 창출 기반을 다진 결과, 연결기준 순익은 1조6275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중소기업 지원과 더불어 중기금융 노하우에 바탕을 둔 혁신금융으로 수익성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변화를 통해 윤 행장이 내부 조직을 추스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책적 경영 능력과 행보를 당장에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내부 잡음은 잦아들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