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각별히 아끼던 '웅진코웨이' 게임사에 매각 배경은?
출판계 오랜 불황, 저출산 기조 속 아동 시장 축소...유통 계열사도 매각 추진
AI와 영어교육 결합 시도, IT기술과의 만남으로 새 먹거리 찾는다

웅진코웨이와 넷마블의 만남 이면에는 출판계의 오랜 불황, 저출산 기조 속 아동 시장 축소라는 배경이 있다. 웅진그룹은 이 위기를 IT로 넘어서려 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금 웅진 회장이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웅진코웨이와 넷마블의 만남 이면에는 출판계의 오랜 불황, 저출산 기조 속 아동 시장 축소라는 배경이 있다. 웅진그룹은 이 위기를 IT로 넘어서려 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금 웅진 회장이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넷마블이 왜 웅진코웨이를 샀느냐?'가 게임 업계의 관심이다. 반대로 출판 및 유통 업계의 관심은 ‘웅진이 왜 게임회사에 코웨이를 팔았느냐’ 하는 것이다.

웅진이 코웨이를 넷마블에 매각한 이유는 넷마블이 내세운 이유와도 교집합이 있다. 넷마블이 게임사업 등을 통해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다양한 ICT기술을 갖고 있다보니 그 기술이 코웨이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우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각별하게 아끼며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코웨이의 매각 배경이다. 1989년 윤 회장이 설립해 업계 최초 렌털 제도를 도입하고 서비스 전문가 코디를 두는 등 다양한 시도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웅진그룹의 도약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그룹 재무구조도 개선해야 해서 매각을 결심했고, 윤 회장은 최종 순간까지 심사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이 넷마블을 선택한 것은 웅진코웨이와 웅진그룹의 미래에도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넷마블은 인수가로 1조8척억원 규모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매각을 통해 얻은 돈으로 그룹 내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 웅진 위기 배경은 출판 불황, 저출산 기조에 아동 시장도 안갯 속

하지만 웅진그룹에 당장 매각으로 ‘여윳돈’이 생기는 건 아니다. 웅진씽크빅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투입한 차입금을 상황해야 하는 등 복잡한 돈 계산이 남아있다.

물론 매각 대금을 받으면 차액이 생기겠지만 2조원 가까운 돈을 곧바로 투자 등에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채무와 이자비용 등을 상황하면 약 1000~2000억원 정도의 현금 여력이 확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웅진그룹은 교육과 출판업체 웅진씽크빅, 출판유통일을 하는 웅진북센 등이 주요 계열사다. 골프장 운영업체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업체, 태양광업체 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웅진씽크빅을 빼면 눈에 띄는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웅진코웨이 매각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웅진씽크빅은 지난 1월 8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 2월에는 인공지능(AI) 학습지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문제는 웅진씽크빅이 처한 상황이다. 사정이 녹록지가 않다. 출판계의 오랜 불황, 그리고 아동 또는 교육 시장에서의 변수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출판계 불황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웅진씽크빅이 아동 또는 교육쪽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우리나라는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교육사업이 블루오션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국내 한 중견출판사 대표는 <소비자경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출판시장 전체가 계속 어렵다보니 이름 있는 기업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전제하면서 “성인 단행본 판매는 경기와 사회 이슈를 많이 타다보니 어려운데, 아동은 원래 매출 사이즈가 (성인 시장에 비해) 작은데다가 요즘은 저출산 문제로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1년부터 국내 출판사에서 마케팅 및 영업 업무를 담당해왔고, 10년전 출판사를 차려 소위 ‘밀리언셀러’ 책도 출간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출판인이다.

그는 “아동 시장 규모가 커서 블루오션이라는 것은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덧붙이면서 “웅진씽크빅 정도 규모 회사들도 요즘은 쉽지 않다”고 귀뜀했다.

숫자로도 증명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13억 원. 지난해 상반기 3175억 원에 비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하락했다. 현대차투자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웅진씽크빅의) 미래교육 사업본부 호조에도 불구하고 교육문화와 단행본, 종속법인의 부진으로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IT는 사업이 필요하고, 사업은 IT가 필요?

웅진그룹이 매각을 추진했던 기업은 코웨이뿐만이 아니다. 출판유통기업 웅진북센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지난 8월 실시한 바 있다. 다시 본입찰에 응찰한 컨소시엄과 꾸준히 협상을 이어왔으나 가격 조건 등의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부여되는 단계로까지는 가지 않았다.

코웨이 인수 관련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웅진그룹이 북센의 매각은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지난 23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DB금융투자를 주간사로 선정해 웅진북센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웅진그룹이 북센 매각을 철회할 것’이라는 보도 이후 이뤄졌다.

앞서 언급한 출판사 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코웨이 먼저 매각하고 난 다음 북센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센은 출판유통 분야 국내에서 가장 큰 전국도매상인데 그런 기업이 매각 대상이 된다는 것은 업계로서는 긴장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웅진씽크빅은 ‘디지털’에서 해법을 찾았다. AI학습지 서비스를 내세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양한 ICT기술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웅진코웨이 매각 대상자가 투자자본이 아닌 IT기업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웅진은 미래에 무한대의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다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지속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 숙제가 웅진 그룹과 윤 회장 앞에 여전한 상태다. 웅진 그룹은 IT에서 그 힌트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IT기업은 새 먹거리를 찾고, IT기업과 다른 분야에서 먹거리를 이미 발견한 기업들은 IT를 필요로 한다. 2020년을 앞두고 당면한 산업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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