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경쟁 치열, 소비자 마음 붙들기 나선 게임사들 근황
유저 간담회, 스토리 공모 등 다양한 활동으로 소비자 접점 늘려
1등 게임사 넥슨 신작 V4 관련 적극 행보도 관심

게임사들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넥슨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MMORPG 신작 'V4' 관련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
게임사들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넥슨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MMORPG 신작 'V4' 관련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기 게임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고 유저들의 성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1등 게임사 넥슨에서도 신작 MMORPG 'V4'와 관련해 신선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IT 담당 기자에게는 매일 수많은 게임 관련 홍보 전자메일이 쏟아진다. 하나같이 국내 굴지 게임사들이 보낸 자료로 그곳에서 언급되는 게임들의 네임밸류는 그야말로 세계적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와 영향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콘텐츠산업 3대 전략 발표회’에서 게임업계 CEO들과 만나 "게임 개발자들 덕분에 e스포츠 세계 1위가 됐다"며 극찬한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이미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임 시장이 크다는 것은 인기 게임이 많다는 의미다. 게임 소비자들에게야 축복이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숙제로 연결된다. 물론 국내 유명 게임들은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주목을 받고 있어서 우리나라 시장으로만 좁혀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수준 높은 게임들이 연일 쏟아지면서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 달라진 유저들의 성향, '싫증나면 다 같이 옮긴다'

이 와중에 게임사들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요즘 게임은 하나의 큰 커뮤니티다. 컴투스 유영진 전략홍보팀장은 “게임 내에서 길드나 동맹 등으로 뭉친 유저들이 ‘단톡방’ 등에 모여 의견을 나누거나 심지어 오프라인 정모 등을 통해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유저가 혹시라도 게임에 싫증을 느끼면 요즘은 함께 게임하던 유저 집단 전체가 다 같이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소비자의 마음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컴투스는 실제로 ‘게임문학상’ 공모전을 통해 게임스토리를 공모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왔다. 컴투스 홍보실 관계자는 "작품 속 세계관이나 스토리텔링 등을 게임에 활용하는 방안을 예전에도 논의한 바 있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완성된 게임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소비자들에게 귀를 연 사례다.

소비자에게 귀를 연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7월 자사 게임 ‘에픽세븐’에서 보안 관련 이슈가 제기되자 게임사 유저들과 직접 만나 새벽 4시까지 8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간담회를 열였다.

당시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진정성을 가지고 유저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게임 출시 1주년 기념 유저 행사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현재 검토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 국내 1위 게임사 넥슨, 신작 V4 관련 새로운 홍보 전략 시도

게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기업의 노력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도 예외가 아니다. 넥슨은 최근 신작 모바일 MMORPG ‘V4’ 관련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캐릭터 소개자료>를 전달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워로드’와 ‘나이트’ ‘매지션’ ‘블레이더’ 그리고 ‘건슬링어’와 ‘액슬러’등 6개의 캐릭터가 소개되어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거나 ‘공격력이 훌륭하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캐릭터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유저가 평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고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워로드’라는 캐릭터는 ‘육중한 무기로 강력한 일격을 가한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복잡하지 않고 쉬운 전투를 선호하는 유저” “짧은 시간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전투 스타일이 좋은 유저” “전투를 진행하지 않을 때 에너지를 모아 빠르게 전장에 복귀하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한다고 자세히 적혀 있다.

‘나이트’라는 캐릭터는 ‘주무기 검과 보조무기 방패를 사용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여타 게임 캐릭터 소개와 비슷하다. 하지만 추가로 "돌격과 방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근거리 전투에 익숙한 유저", 그리고 "역전 기회를 노리면서 장시간 이어지는 전략적인 전투를 좋아하는 유저"에게 추천한다는 내용이 있다. 게임 소비자가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넥슨이 지난 10일 미디어에 보낸 V4 관련 '캐릭터 소개자료' 일부 모습. 게임 소비자 취향에 맞춰 해당 캐릭터를 어떤 유저에게 추천하는지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자료=넥슨)
넥슨이 지난 10일 미디어에 보낸 V4 관련 '캐릭터 소개자료' 일부 모습. 게임 소비자 취향에 맞춰 해당 캐릭터를 어떤 유저에게 추천하는지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자료=넥슨)

◇ 게임업계 경쟁 치열해질수록, 소비자 접점 늘리려는 노력 강화될 전망

기자는 이 자료를 게임 애호가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전투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를 즐겨 하는 20대 후반 여성 소비자,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롤)’유저인 30대 중반 남성소비자다. 배그 유저는 ‘건슬링어’라는 캐릭터를 골랐다. 캐릭터 소개에는 "먼 거리에서 피해를 입히는 원거리 캐릭터에 익숙한 유저"에게 추천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롤 유저는 ‘블레이더’ 캐릭터가 궁금하다고 했다. 넥슨에 따르면 블레이더는 "근거리에서 화려하고 빠르게 적을 처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와 "순간적인 전진에 의한 기습으로 적을 뒤흐는 전투를 선호하는 유저"에게 추천하는 캐릭터다.

이 두 소비자는 ”새로운 게임 캐릭터를 고르려면 능력치나 다른 유저 후기, 아니면 캐릭터의 모습에 대한 호불호 등을 종합해 대략적인 ‘느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유형별로 딱딱 나눠 추천해주니까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일까. V4는 게임 플레이 영상이 국내 게임 중 최단 기간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넥슨은 오는 27일 프리미엄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V4를 본격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는 호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숙제도 생긴다. 게임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게임사들의 노력은 앞으로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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