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소비자와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CEO
상생 관련 논란, 해외 진출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호텔 사업 안착 여부, 경영권 승계 시점 및 방법이 향후 관심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출처=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대기업 CEO 중에서 소비자들과의 온라인 소통이 가장 활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 SNS 상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생활밀착형 소재를 사업 아이템 삼아 가식적이지 않게 소비자들과 호흡하는 열린 CEO로 꼽힌다.

이처럼 그는 본래 파워트위터리언(Power Twitterian)이다. 2011년 해킹 사건이 발생한 후 트위터를 끊고 한동안 온라인에서 활동 상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SNS 경로를 옮겨 다시 적극적으로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그의 인스타 팔로워는 19만여명. 정 부회장도 이를 통해 유명 디자이너나 해외 식품사이트 등을 다수 팔로잉하고 있다.

◇ 소비자와 친숙한 정용진의 경영 스타일

소통을 매개로 ‘열린 사고’의 이미지가 강한 정 부회장은 그의 사업리스트에서 묻어난다. 그는 다국적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이다. 그런데다 유통 공룡기업의 이미지를 살려 스타필드와 피코크, 노브랜드를 띄워 백화점식 쇼핑과 골목상권까지 젊은 주부의 심리를 구석구석 공략하는 사업 마인드를 펼치고 있다.

또 드라마 ‘도깨비’로 주가 상승한 배우 공유를 모델로 온라인쇼핑몰 ‘쓱(SSG.COM)’을 내세워 10대 소비자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밖에도 가전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를 활용해 히어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일본 대형잡화점 ‘돈키호테’를 빼껴 착안한 ‘삐에로쇼핑’을 국내 런칭하는 등 트렌디한 사업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스타필드나 코엑스 별마당도서관 등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들도 정용진의 손을 거친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재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그는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경영방법에선 익숙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트렌디한 경영자로 재계에서 인식되는 모양새다.

골목상권과 백화점식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해온 신세계그룹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만큼 무리하게 관련 없는 중공업이나 반도체, 고급호텔 등 사업으로 발을 뻗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신세계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경영의 이미지로 각인시켜온 측면도 있다.

문어발식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소소한 일상적인 장바구니 물가를 다루고, 실생활에 깊이 연관된 아이템을 사업화해 소비자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최대한 밀착하는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 정용진이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동(同) 세대 3세 경영인은 물론이고 선대 창업주와 부모세대 경영인을 모두 살펴봐도 정용진만큼 일반서민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CEO도 찾기 어렵다.

수년 전 다른 매체에서 기자는 정 부회장 ‘마크맨’이었다. 마크맨이란 해당 인물의 담당기자라는 뜻이다. 물론 기자가 한 사람만 전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하루 종일 해당 인물만 취재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당 인물에 관한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지 어디든 취재를 위해 불사했다.

이제 다시 그를 취재대상으로 올려놓고 몇 년 전 만났던 취재원들에게 정 부회장의 주변과 근황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온 말들은 대부분 엇비슷했다. “성격이 소탈하고 털털하며 권위적이지 않다”, “얼리어답터에 트렌드세터로 최신 유행에 관심이 많다”, “향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등등. 지금까지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는 늘 그랬다.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요앟는 CEO다 (사진=개인 인스타그램 캡쳐)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 골목상권 침해논란과 해외진출은 부담…호텔사업은 헛발질?

정 부회장의 익히 드러난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재쳐두고 ‘경영 성적표’를 살펴봤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 년 사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지점이 더러 나타난다. 물론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을 이끌었거나 스타필드로 대형 쇼핑몰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 등은 대내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최근의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다소 아쉬운 편’이라는 평가와 지적들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고전하던 이마트가 중국시장에서 2017년 9월부로 결국 철수한 것, 최근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이마트24가 시장에서 고전했던 점 등은 약점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최근 최저가 전략을 앞세운 ‘민생상품’들로 반전을 꾀하는 중이다. 2018년 영업손실이 2017년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을 향해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정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스타필드, 노브랜드, 편의점, 헬스앤뷰티숍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데 해당 업종들의 특성상 소규모 개인 점포가 많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지역상권에 생계를 이어가는 중소상인들의 반발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난제다.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잠재우기 위해 상생방안을 내놓기는 해도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고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을 뿐이다.

유통공룡기업으로 입지를 완전히 굳힌(?) 신세계그룹의 향후 집중할 전략포인트로 최근 부상하는 사업은 ‘호텔’인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호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남대문에 레스케이프 호텔을 세웠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그러나 부회장은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제주도와 부산 해운대 등에 독자 브랜드를 띄운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황.

신세계그룹의 호텔 진출을 보는 업계의 시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장남이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 중이라는 사실을 들어 ‘먼 훗날 자신의 사업을 아들에게 승계하는 큰 그림을 그리기 사작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 정용진 경영승계 밑그림 최대 걸림돌은 누구?

대기업 2~4세 경영인들은 자신이 맡은 기업의 성과를 두고 선대 그룹회장과 비교되는 것을 늘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숙제가 있다. 바로 형제간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이다. 경영권 승계를 놓고 ‘형제의 난’은 벌이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단골 이슈이기도 하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여동생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비교하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2분기 기준 총자산 36조4000억원으로 재계 11위 규모의 대기업이다. 차세대 CEO가 누가 될 것인지, 언제 기업을 물려 받을지가 늘 업계와 대중의 관심거리다. 신세계 그룹은 현재 이명희 회장을 중심으로 백화점·패션·면세점에 주력하는 신세계, 유통업에 주력하는 이마트로 사업을 양분한 상태다.

이명희 회장이 각각 18.22%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아들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10.33% 딸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신세계 지분 9.83%를 갖고 있다. 지난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자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 한 바 있다.

최근 이마트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신세계백화점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77세인 이명희 회장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상태에서 남매의 성적표는 재계 관심거리 중 하나다. 또 정상적인 경영승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막대한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털어낼 것인지에 대해 세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물론 그룹 경영성과는 CEO 혼자만의 능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마트는 쿠팡이나 네이버 등 온라인쇼핑몰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최근 정용진-정유경 두 사람의 성과가 서로 대비돼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용진, 정유경
정용진, 정유경

◇ 상속세 대략 7000억원 이상 추산…경영권 승계는 언제 어떻게?

최근 신세계그룹을 둘러싸고 주목할 만한 이슈가 또 하나 있다. 지난 3월부터 4월에 걸쳐 정용진 부회장이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추가 매입한 것. 총 매입가격은 241억원 가량. 해당 거래 이후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9.83%에서 10.33%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신세계는 ‘주식 추가매입은 이마트 주가 하락에 따른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오너 일가가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 추가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배당확대에 따른 주가 방어 의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신세계그룹 지배구조는 ‘이명희 회장 → 이마트·신세계 → 계열사’로 연결된다. 정 부회장과 총괄사장은 아직 이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지 못했다. 다만 승계가 모두 이뤄질 경우 지분율이 30% 내외로 확대된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권 승계 시 상속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에 있다. 이명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치를 2조원 내외라고 가정하면, 이마트 주식을 증여받을 경우 상속세 규모는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신세계I&C와 신세계건설 지분 전량을 이마트에 매각해 약 111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적이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주신세계와 이마트도 올해 배당을 확대해 현금을 안겨줬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광주신세계에서 각각 54억원, 25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8년 만에 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것을 두고도 ‘정용진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재계 11위 그룹의 후계자, 트렌드세터CEO, 경영성과를 둘러싼 명과 암...이런 이슈 속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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