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림·GS등 에어샤워·환기시스템 갖춘 단지 분양
대기질 측정·IoT 접목에 불과 “정부 대책마련 필요”

SK건설_클린에어 스테이션 개념도.(사진=SK건설 제공)
SK건설_클린에어 스테이션 개념도.(사진=SK건설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인식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자신들이 개발한 저감 시스템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빌트인 공기청정기 설치나 미세먼지 저감 창호 등을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 건설사들의 차별화된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한 신기술 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4월 분양하는 디에이치포레센터에 3가지 클린설계 기술이 적용된 ‘H-클린현관’을 적용한다. H-클린현관은 현관-세탁실 분리형과 통합형 두 종류로 나뉘며 분리형 현관은 오염물질의 집안유입을 방지하고 통합형 현관은 오염물질 차단뿐만 아니라 의류세척 및 오염제거까지 한꺼번에 가능하다.

H-클린현관 외에도 현대건설은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 차단과 효과적인 제거를 위해 ▲감지/측정 고도화 ▲정보 전달 ▲저감장치 자동화 ▲제어기술/아이템 강화 ▲Hi-oT(하이오티· 힐스테이트 사물인터넷 시스템) 연동 등으로 세분화한 5개 단계를 통합 관리하는 토탈 솔루션을 수립해 신축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단지 내 미세먼지 감지 센서를 통해 수집된 대기환경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미세먼지 신호등'도 설치한다. 특히 이 미세먼지 신호등은 놀이터 부근에 주로 설치하며, 각 세대 내에는 미세먼지 외에도 온·습도 및 이산화탄소 수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통합 포터블 센서도 개발해 설치하기로 했다.

이러한 센서에서 수집되고 분석된 정보는 미세먼지 신호등은 물론 각 세대의 홈네트워크 월패드와 주민의 스마트폰 앱으로도 연동이 가능하다.

단순히 정보만 알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처럼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고, 상황에 따라 실외 공기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거나 반대로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등 환기 시스템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데에 적용한다. 또한 주방의 후드는 물론 시스템 에어컨 같은 냉·난방기를 환기 시스템과 연동시켜 제어할 수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아파트의 세대 환기 시스템에 초미세먼지까지 차단할 수 있는 헤파(HEPA) 필터를 장착해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했다. 현대건설 측은 "현재 환기시스템에 헤파 필터를 적용하는 기술 연구에 성공했다"며 "PM0.3㎛의 미세먼지를 99.97% 포집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이 현재 특허 출원 중인 공기청정 환기시스템 개념도.(사진=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이 현재 특허 출원 중인 공기청정 환기시스템 개념도.(이미지 출처=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은 2016년 2월 15일 업계 최초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청정 환기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예일대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이 진행됐다. 관련 특허를 2016년 7월에 등록해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가장 빨랐다.

대림산업이 3년 전 개발한 시스템은 세대 내부에 설치된 환기장치에 공기청정 기능을 결합해 정화된 공기가 천장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급배기구를 타고 안방, 거실, 주방 등 집안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에는 고급형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H13 등급 헤파필터가 적용된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와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H13 등급 헤파필터는 0.3㎛ 이상의 초미세먼지를 99.75% 제거할 수 있어 필터 중에서도 고급 사양으로 꼽힌다는 것이 대림산업 측의 설명.

사용방법도 편리하다. 입주민은 세대 내에 설치된 환기 스위치와 스마트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환기모드·청정모드·자동모드 3가지 운전모드를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자동모드는 설정 시 기상청의 지역별 실시간 미세먼지 데이터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기·청정 모드를 조정해 최적의 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건설도 외기 유입식 환기 시스템에 공기 청정 기능을 더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S&D와 1년여 간 공동 개발한 ‘시스클라인(SYSCLEIN)'의 출시 계획을 지난달 20일 밝혔다.

GS건설 측은 시스클라인에 대해 “전열교환기 방식과 이동형 공기청정기 기능을 더한 차세대 공기청정 시스템”이라며 “쉽게 말해 '시스템 에어컨 형식의 환기형 빌트인 공기청정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시스클라인은 먼저 환기 시스템에 강화된 필터를 설치해 외부 유입 공기를 1차로 거른다. 이 공기는 다시 천정에 설치된 외기 도입형 빌트인 공기청정기의 다중 필터를 통과하면서 청정공기로 바뀌어 집안 곳곳에 공급되고, 동시에 밀폐 공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습기는 환기 시스템을 통해 배출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시스클라인에 적용된 필터가 H14 등급의 헤파필터로 PM0.3㎛의 미세먼지를 99.995% 수준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개한 현대건설의 ‘H-클린현관’과 비슷한 구조의 미세먼지 제거 설비도 주요 건설사들이 분양중인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공동현관이나 각 세대 현관에 ‘에어 샤워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에어 샤워 부스는 압축 공기를 분사해 밖에서 묻어 들어온 먼지와 세균을 털어주고, 이렇게 털어낸 오염물질은 바닥의 흡입 매트에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또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IoT 홈큐브 시스템을 현재 시공 중인 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아트리치에 적용 중이다.

이 밖에 대우건설도 푸르지오 단지를 5개 존으로 구분하고 구간별로 미세먼지 오염도 알림서비스부터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집약된 ‘5ZCS’를 개발했다.

롯데건설은 잠실 미성크로바, 청담삼익, 반포우성에 '어린이 놀이터 미세먼지 알림시스템'을 설치했고, SK건설은 지난해 12월 분양한 DMC SK뷰에 환기 시스템인 스마트 에어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와 함께 HDC IoT 클린에어시스템을 개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이후 분양될 아파트의 환기설비에 H13급 헤파필터, 향균·탈취필터를 더해 미세먼지를 99.97%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건설사들이 내놓는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정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내놓는 미세먼지 솔루션은 대기질 분석과 알림 시스템에 기본적인 통신 및 IoT 기술을 접목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환기 시스템 개선이 가장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일 것"이라면서도 "아파트 건설에 참여하는 환기업체 상당수가 연구개발(R&D) 투자의 여력이 없고 대형 건설사들도 기술 개발에 소극적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주거쾌적성에 대한 의식이 더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긴 하다”면서도 “민간 차원의 대책 뿐아니라 정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선행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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