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공 지속성장 한계 봉착
토지확보 위한 자금투입외 위험 高

중견, 중소건설업체들이 생존 모색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중견, 중소건설업체들이 생존 모색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공공건설 부문에 주력하던 중견·중소건설사들의 부동산 디벨로퍼 변신 러쉬가 이뤄져 주목된다.

디벨로퍼(developer)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관련 개발사업자를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론 ‘개발자(開發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 디벨로퍼와 민간 디벨로퍼로 구분할 수 있다. 디벨로퍼는 시장의 수급상황과 부동산의 잠재력을 정확히 예측하고 판단해 개발방안을 마련하고 이후의 단계들(기획, 용지확보, 설계 등)을 거치면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영업활동을 한다.

공공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함에 따라 단순 도급 물량을 소화하는 범주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시공·판매까지 주도하면서 길을 넓혀가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나 조달청 등 공공기관의 건설공사 물량 수주가 주요 사업 영역이었던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이 최근 부동산 개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 충남에 위치한 우석건설은 올해 민간공사와 개발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수주 확대를 겨냥하기로 했다. 수도권을 전진기지로 삼고, 서울 역삼동에 서울사무소도 개설한다. 특히 박률 우석디앤씨 대표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우석디앤씨는 부동산 매매·개발을 담당하는 우석건설의 자회사로, 올해 디벨로퍼로 활약하기 위한 포석 마련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30년간 공공부문 터줏대감 중의 한 곳이었던 인천에 본사를 둔 동우개발도 디벨로퍼로 맹활약하고 있다. 공공부문 포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경기 평택 도시형 생활주택, 서울 마포 성산동 업무시설 등에서 시행, 시공, 분양을 완료했다. 실제 동우개발은 최근 중앙건설을 인수하는 등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성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보성그룹으로 편입된 한양도 건설·에너지 분야에서 디벨로퍼로 변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나머지 80%는 부동산 개발 및 주택 부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견·중소업체들이 디벨로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전통적인 사업영역이었던 공공부문에서 수익성이 갈수록 좋지 않은 데다, 단순 시공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벨로퍼들의 모임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원사는 지난해 대비 10% 이상 증가해 올해 현재 74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행사 중심으로 회원사가 구성됐다면,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꾸준히 가입하고 있는 추세”라며 “업체들이 디벨로퍼로 변화하면서 부동산 기획, 시공, 판매(분양) 등으로 구분됐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디벨로퍼 진출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디벨로퍼)개발사업은 초기에 예상했거나 계획한 기간에 사업이 완료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인해 사업기간이 연장되기도 한다. 여기에 사업기간의 장기화로 사업구상 단계와 완성시기의 사회환경 변화에 차이가 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토지 확보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타 부문보다 많은 자금도 소요된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로 실패 가능성도 큰 ‘하이 리스크’ 사업이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과 예측이 필요하고, 철저한 시장조사, 타당성 분석과 자금조달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획, 설계, 시공 이외에도 자금, 광고, 상품 기획 및 디자인, 시공, 감리, 회계,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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