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대리점 손해 모두 보상" vs 대리점주들 "피해 보상 아직도 못받아"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남양유업이 대리점들을 상대로 물건 밀어내기(물건 강제 할당구입) 영업 행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시정명령을 받은데 이어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도 대리점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7월 5일 공정위로부터 밀어내기 및 진열 판촉사원 전가 행위를 금지하라는 등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건은 대리점법 제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본사의 물건 밀어내기(물건 강제 할당구입)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대리점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 “법적 다툼 후 왕따 당하고 있다”

박명호 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전라남도 무안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 아버지 일을 거드느라 대학도 야간을 나와야 했을 만큼 열심히 일해 온 박 씨는 남양유업과 오래 연을 맺어온 동반자인 셈이다.

박 씨는 “남양유업이 2013년에도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2014년과 2015년에도 물건 밀어내기는 계속됐다”며 “11박스 주문했더니 256박스가 온 적도 있었다. 여기에 장부 조작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2년간 밀어내기로 손해본 금액이 8천만 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2013년, 남양유업사태가 벌어질 때에도 두려움에 함께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밀어내기가 계속돼 부도 문턱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 했다.

무안대리점 박명수 씨가 2012년 밀어내기 당한 물건들이 창고에 쌓여있다.
박명수씨가 2015년 밀어내기 당한 물품 중 패기물로 올려보내려고 쌓아놓았다.

 이후 박 씨는 공정위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그 때마다 남양유업은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씨는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고발을 당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심적인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따돌림까지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남양유업 공지사항에 대리점 회의를 하겠다는 공지가 떴다. 시간, 장소를 맞춰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물어물어 알아보니 장소를 바꿔서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에게 사과는 안하고 ‘상생협약서’를 빌미로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에게 작성하도록 한 상생협약서에는 “어떠한 민, 형사상 문제제기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 공정위는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는 공정위의 행정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남양유업은 2013년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고 과징금 126억 4천만 원이 부과됐다. 남양유업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했다.

이때 대리점주 장00 씨가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증거를 삭제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장 씨의 제보는 민명두 의원에게 접수됐고 남양유업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 불려나가기도 했다. 

이후 제보자 장 씨는 본사로부터 물픔 공급이 끊겼다. 장 씨에게 보증을 섰던 사람들도 모두 재산이 가압류 되고 말았다

남양유업은 “상품공급 중단과 가압류의 이유를 ‘미수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씨는 "미수금이 생기는 이유는 밀어내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장 씨의 주장대로라면 남양유업은 불공정행위로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

강매로 미수금이 발생해 상품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라는 것은 명백하게 공정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남양유업을 신고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내렸다. 바로 일사부재리 원칙(일단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원칙.) 때문이다. 

오히려 장 씨가 남양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및 모욕죄로 형사소송을 당해 벌금 100만 원까지 물게 됐다.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김대형 사무국장은 “장 씨는 오히려 공정위를 도우려는 했던 것인데 이런 식으로 판결이 나버려서 너무 안타깝다. 이후 대리점 사이에서 본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더 짙게 깔리게 됐다”며 공정위의 행정력을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2013년 이후로도 지방 외곽지역에서는 밀어내기가 계속 발생해 2014 2015년 사이 피해액이 1억 4천만 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 남양유업, "충분히 보상했다" vs 대리점살리기협회 "보상 없었다" 

남양유업 홍보팀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에 고발해서 조사가 다 됐는데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밀어내기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끔 주문 시스템을 다 개선해서 공정위나 검찰에서도 그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밀어내기 때문에 손해 본 대리점주들에게는 모두 보상을 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은 “나 역시 2004년부터 2013년 사이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했었다. 기존에 피해를 본 대리점들이 무척 많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도 남양유업 대리점을 했다가 개인회생 절차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회생절차 받으면서 노가다를 뛰며 어렵게 생계를 잇는 사람들을 본다”며 안타까움을 전해다. 

그는 하루 빨리 대리점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공정위의 행정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