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외식업계 치명타..."건물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사진=근로복지공단)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시급은 7530원이다. 현행 6천470원보다 1060원(16.4%) 오를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인상되는 인건비 때문에 한숨과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최고의 인상액이다. 인상률(16.4%)로도 역대 네 번째다. 박근혜 정부 4년간 연평균 인상률은 7.4%에 불과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한 달 평균 근로시간인 209시간을 적용했을 때 최저시급을 받는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은 157만3770원이다. 

◇여전히 반발거센 소상공인.. ‘인력감축’

정부가 3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사업주를 대상으로는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노동자 한 명당 13만원씩이 지원되는 셈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이 와 닿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소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은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치열하다.

성남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K씨는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될 것 같아요. 청탁금지법 시행이후에도 매출이 20-30%나 줄었어요. 지금같으면 크리스마스 앞두고 단체 주문이 쏟아질 때인데 너무 조용해요." 

그러면서 내년에 최저 임금이 오르면 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창업한 이후 처음엔 매 달 1천원 씩 적자가 났었던 가게였다. K씨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는데 정부시책이 영세 자역소상공인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경기도 광명시에서 순대국집을 하는 S씨도 고민이 깊다. 

S씨는 2010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다. 안해본 일 없이 고생고생해 이룬 가게다. S씨는 소고기순대국 한 그릇을 3900백 원에 팔고 있다. 착한 가격으로 소문이 나 멀리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런 S씨도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재료값도 다 올랐어요. 그래도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죠. 내년에 최저시급까지 올려야 하면 제가 더 뛰는 수밖에 없죠.”

대리운전업체 H콜센터를 15년째 운영하는 A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해 내년도 수입지출 현황을 따져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A씨가 내년에 월급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액수는 2백이 조금 넘는다. 올해보다 약 15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A씨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업체별로 적용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리운전 콜센터의 성격상 야간에만 업무가 이뤄지는 만큼 1.5배의 야간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여간 부담이 아니다.

“야간 수당이라는게 낮에 일하고 추가로 야간에 더 했을 때 주어지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대리운전 콜센터는 야간에만 하는 일이잖아요. 물론 저도 주고 싶어요. 그런데 정말 그러면 문 닫아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고용 계약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하든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거죠. 계약서를 쓰면 그대로 못주니까 위반이고 안쓰면 또 안 써서 위반이고.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요.”

A씨에 따르면 정식 사업자로 등록된 대리운전 콜센터는 수도권에만 500-600개 정도 된다. 사무실 없이 소규모로 위탁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곳까지 합하면 수천 개에 이른다.

A씨는 그렇잖아도 지난해 6월 카카오 대리가 출시된 후 20%가까이 수익이 줄고 업체들끼리 마일리지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앞으로 대리운전 콜센터 업체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정부의 노력이 ‘해고’또는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3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가 과도한 인건비 상승으로 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답한바 있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신규 채용 축소(56%), 감원(41.6%), 사업종료(28.9%)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도 정부의 계획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인건비 부담이 올해 대비 7조1000억원 증가한 약 22조5000억 원에 이르면서 누적 실업자 27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외식업 종사자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상공인 반발에도 국민 대다수는 긍정적

소상공인들의 반발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국민 여론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한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개선돼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는 대답이 58.1%로 ‘기업 운영이 어려워져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는 응답 35.3%을 크게 뛰어넘었다.

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동안 시급이 거의 제자리걸음이었어요. 그간 물가인상대비 인건비가 제자리였던 걸 생각하면 이번 인상분은 적정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한 취준생은 “저도 학자금 대출이 있어요. 이번에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이 더 부담되는 상황이에요. 최저임금조차 오르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죽으라는 거죠.” 

그는 “왜 이번 싸움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프랜차이즈들은 본사가 좀 더 부담할 수는 없는건가요? 임대료도 좀 그만 올리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일 수익형부동산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20만300원에서 19만5600원으로 2.3% 하락했다.

하지만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지난 2015년 3분기 15만3700원에서 올해 3분기 17만3000원으로 2년 새 12.6% 상승했다. 집합상가(주용도가 상가인 집합건축물) 임대료는 16만5800원에서 17만3000원으로 4.1% 올랐다.

신흥상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한 성수동 카페거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임대료가 4.1% 상승했다. 

성수동 카페거리의 2분기 월간 임대료(3.3㎡ 기준)는 평균 9만8900원으로 전체 젠트리피케이션 상권 평균(23만4400원)의 42%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홍대 임대료 상승률도 3.02%나 된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부터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연 9%에서 연 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가 임대차 보호 대상의 기준인 환산보증금액은 서울의 경우 4억원 이하에서 6억1000만원 이하로 높일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6일 법무부는 이달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가 건물 주인이 앞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임대료 인상률은 5%를 넘을 수 없다.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상공인과 소기업이 안을 수 있는 부담을 완화하는 폭넓은 지원책이 키가 될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혁신성장에 걸맞는 혁신적인 정책과 시도가 끊임없는 소통과 점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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