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의존보다 자녀 흥미유발 중요

내년부터 교육과정에 컴퓨터프로그램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경제신문=정세진 기자] 사상 초유의 연기사태 이후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험생들을 또다시 ‘멘붕’시킨 문제가 출제돼 논란을 빚었다.

국어영역 41번인 해당 문제의 지문은 ‘삼중반복 부호화’ 같은 낯선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코딩 기술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낯설기만 한 코딩이 2018년부터 학교 정규과정에 포함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A씨는 “아이가 코딩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당황스러웠다”며 “나도 모르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 것인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코딩이란 말 그대로 ‘코드’를 입력하는 작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C언어나 자바, 파이선 같은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

코딩이 중요시되고 있는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들은 모두 정보통신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코딩의 개념을 배우면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은 놀이와 게임을 사용해 알고리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딩 수업의 예를 들자면 구글이 개발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 ‘CSER(Computer Science Education Research) 디지털 기술 MOOC’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제 수업에서의 코딩 응용법을 가르친다.

10대 소녀들을 타깃으로 한 ‘메이드위드코드’의 경우 흥미유발을 위해 3D 프린터 팔찌 만들기, 음악과 그림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스크래치는 명령어와 소스코드 대신 버튼을 마우스로 옮기면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도록 한다.

다양한 용도로 조립 가능한 아두이노 역시 로봇이나 자동차를 만들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놀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밖에도 코딩 교육 콘텐츠와 교수법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정부나 IT기업들이 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코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한 달에 수강료만 수십 만원 이상이 드는 사설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코딩 관련 전문가들은 값비싼 교육보다는 흥미 유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또 글로벌 IT 기업들 상당수가 저렴하거나 아예 비용이 들지 않는 무료 코딩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굳이 조급해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도 무료 강사 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나서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2015년부터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코딩 강사 양성 교육을 시작했다. 이로써 지역 초등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방과후 수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취업의 기회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딩강사로 일하고 있는 주부 B씨는 “아이와 컴퓨터를 매개로 소통을 할 수 있다”며 “가계에도 도움이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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