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콤보’ vs 일본 ‘차데모’…국내 '복합'에서 'DC콤보'로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아이오닉. 올해부터 DC콤보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전기자동차 규격에 대한 경쟁에 이어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국제표준 규격 채용을 두고 대륙 간 인프라 확보 등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급속충전기는 전기차 보급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요소로 현재의 정유기업들의 자리다툼보다 더 치열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추진하는 방향과 일본이 양산하고자 하는 충전 규격의 기준이 달라 양자 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전기차를 양산하는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 도쿄전력 등을 중심으로 ‘CHAdeMO(차데모)협의회’를 설립해 독자적인 급속충전 규격인 ‘차데모’ 방식 확산을 시도했다. 이에 독일 폴크스바겐(VW)이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유럽진영이 ‘콤보’로 대항하고 있다.

미국·유럽과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백지상태인 신흥시장에 자신들의 충전기 규격이 채용되면 전기차 수출을 하기 쉬워진다. 이에 콤보 진영은 반격에 나서며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제조업체들과 미국 포드자동차가 협력해, 오는 2020년까지 유럽에 수천개의 급속충전기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독자적인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을 가졌지만, 일본이 오랜 기간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고 있어 주요 부문 규격은 차데모와 같아 차데모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살아남기 위해 중국과 친화도를 높이고 인도에도 아낌없이 기술을 공개해 진영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 비교. (자료=에너지공단)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충전을 위한 방식으로 일본의 ‘차데모’를 변경한 한국형 차데모를 시도하며 ‘쏘울EV’에 이어 ‘아이오닉’ 등을 생산했으나, 올해 들어 ‘콤보’방식으로 전환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체적인 차데모 방식으로 일본의 차데모와 호환도 힘들뿐 아니라 ‘콤보’충전 방식을 갖춘 지엠의 볼트EV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고 향후 북미와 유럽으로의 수출 등 해외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지난해 12월 기술표준원에서 급속전기충전방식을 하나로 통일하는 법안 개정이 되면서다.

르노삼성의 경우 A.C.3상 이라는 일부 유럽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자리다툼에서는 어느정도 밀려난 상태지만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트위지(경차등급)의 경우 220V완속 충전을 채택해 사용한다”며 “가정용 220V 콘센트로 3시간 충전에 100km를 달릴 수 있고 125CC 스쿠터급의 가속과 후륜구동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볼트EV 등 지엠이 택한 DC콤보 방식의 효율성과 호환성 등을 선택했다”며 “지난해 말 기술표준원이 통일된 충전방식으로 선택했고, 볼트EV의 경우 현재 1회 충전에 주행가능 거리가 383km나 되기 때문에 서울, 부산 왕복 주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차데모와 A.C.3상, 뒤늦게 합류한 DC콤보등 3가지를 표준으로 선택해 운용하다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고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현재 DV콤보를 국내표준으로 정해둔 상태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우왕좌왕하다 DC콤보를 택하긴 했지만, 북미·유럽방식과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일본은 차데모 기술 무료 이전 등을 통해 현재 충전기가 전 세계 1만5000여 곳에 설치돼 가장 많다”며 “향후 중국이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가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어야 하는 한편, 지난달 국내에 첫 슈퍼차저(급속충전기)를 공개 설치한 미국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움직임도 놓쳐서는 안된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연내 14곳까지 슈퍼차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