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량 아니다” vs NS “불량확인서 있어야 환불”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왼쪽)과 NS홈쇼핑 경기 성남 판교 사옥.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LG전자가 제조하고 NS홈쇼핑이 판매한 드럼세탁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발생하는 등 불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환불 요청에도 불량확인서가 있어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홈쇼핑과 불량이 아니라는 제조사 간의 소위 ‘핑퐁게임’에 소비자만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 문 모씨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배송된 첫날 세탁기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 이에 LG전자서비스센터 기사가 와서 수리를 했지만 결국 소음과 진동을 잡지 못하고도 ‘정상 판정’을 내렸다”면서 “NS홈쇼핑은 제조사의 ‘불량 확인서’가 없으면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하니, 중간에 낀 소비자는 그저 답답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LG전자 제품을 절대 구입하고 싶지 않다고 성토했다.

◇ “중요한 부품 결함 아니다”…소음 있어도 ‘정상 판정’

문 씨는 지난달 24일 NS홈쇼핑에서 혼수품으로 구입한 190만원 상당의 드럼세탁기를 배송 받았다. 설치 후 바로 세탁을 했는데 큰 소음과 진동이 심해 불량 제품임을 의심했고, 다음날 LG전자서비스센터에 문의했다.

같은 달 26일 방문한 서비스 기사는 제품을 점검한 후, 소음과 진동 발생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새 제품을 분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결국 소음과 진동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문 제보자가 구입한 LG전자 트롬 드럼세탁기의 분해된 모습. (사진=소비자경제DB)

문 씨가 더욱 기막혔던 사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드럼세탁기의 ‘중요한 부품’에 결함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상 제품’으로 판정되는 바람에 환불·교환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것.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제품에서 ‘중요한 부품’의 수리를 요하는 경우에만 교환·환불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면서도 “다만 이 기준은 이해당사자 간의 분쟁 해결을 위한 ‘권고안’일 뿐 의무적인 사항은 아니며, 또 강제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정상 제품’ 판정 내리고 교환은 왜 하려고 할까?

문 씨는 제품을 판매한 NS홈쇼핑에도 고객 불만을 접수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는 해당 제조사의 ‘불량확인서’가 없으면 환불·교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양사 모두 제품 불량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자, 문 씨는 NS홈쇼핑 측에 지속적으로 불만 사항을 피력했다.

그러자 LG전자는 지난 19일 NS홈쇼핑에서 결제 당시 예금주였던 문 씨의 오빠에게 연락해 환불은 어렵지만 교환은 가능하다고 했고, 그의 오빠는 동생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교환 동의서’에 서명해 버렸다.

이에 문 씨는 “LG전자가 제품을 교환해준다는 것은 결국 제품 불량을 인정한 셈인데, 왜 환불을 안 해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LG전자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교환만 가능하다’는 입장만 들었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문 제보자는 NS홈쇼핑을 통해 LG자 트롬 드럼세탁기를 구입했다. (사진=소비자경제DB)

NS홈쇼핑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문 씨가 1차적으로 불편을 느낀 것은 NS홈쇼핑이 아니라 LG전자”라며 “당사는 LG전자와 협력사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인정한 불량확인서가 있어야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가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당사는 양 사 간의 계약에 따라 협력사와의 명예훼손 부분에 관한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독자적으로 환불을 해주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당사와 NS홈쇼핑 사이에 얽힌 소비자 문 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의 명장급 전문가가 방문해 제품이 정상인지 불량인지 확인을 하려고 했으나, 문 씨가 이를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문 씨는 “방문을 거부했다는 LG전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불량을 인정했을 때 환불받는 조건으로 제품 테스트를 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LG전자에 원하는 것은 교환이 아니라 환불이다. 새로 산 제품을 여러 번 작동 테스트와 분해까지 할 때 스트레스를 이미 심하게 받았다”며 “결국 또 방문해서 제품 분해까지 다시 해놓고도, 환불이 안 된다고 판정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