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유한회사 급증…"국내법 허점 악용"

외국계 회사 애플 (출처=애플코리아)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영업하고 벌어들이는 돈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배당과 로열티 등의 규모와 해외 유출 정도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적잖은 외국 업체들이 국내법의 허점을 악용해 배당과 로열티를 얼마나 자국으로 가져가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국내 소비자들과 여론의 비판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27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 국내에 설립된 유한회사 수는 2만 6858개로 전년보다 1568개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 전인 지난 2010년 1만 7554개였던 국내 유한회사 수는 상법 개정 뒤 9304개나 급증했다.

당시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의 사원, 최저자본금 제한과 지분양도 제한 규정 등이 없어졌지만, 외부 감사 및 공시 면제조항은 그대로 유지돼 비상장 유한회사로 회사를 등록해 운영할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 영업이익, 배당금, 로열티, 기부금 등 민감한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규제당국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애초 주식회사이던 루이뷔통코리아나 구찌코리아,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변경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식회사로 재무정보를 공개할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배당성향과 본사 로열티 규모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한국사회 공헌도가 부각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변경한 뒤부터는 이들이 해외 대주주 배당이나 본사 로열티로 얼마를 가져가는지와 한국 내 기부금 등의 재무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홍일표 바른정당 의원(인천 남구갑)은 작년 10월 열렸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국계 사치품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당시 홍 의원은 “프라다코리아, 버버리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등 외국계 명품업체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사에 배당한 액수는 1117억원(작년 11월 기준)에 달한다”며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이익만 빼가고 사회 환원이나 재투자는 거의 없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높은 본사 배당률과 낮은 사회 공헌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자 이들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일제히 재무정보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루이뷔통코리아는 지난 2012년, 구찌코리아는 2014년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정부는 비상장 유한회사에 대한 회계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감법)을 발의해 지난 1월 3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외감법 개정안의 처리를 논의했으나 여야 간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실패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 통과가 기대됐던 개정안에는 감사인 선임 권한을 내부감사기구에 위임하고 비상장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이미 대선에 가 있고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외감법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월 임시국회가 열릴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다만 국세청 국제세원과 관계자는 “유한회사가 급증한 것도 사실이지만, 마찬가지로 주식회사도 급증했다”며 “국내 법인을 포함해서 유한회사가 급증한 것으로 꼭 외국계 회사의 영향으로 유한회사가 급증한 것이라도 보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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