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신경전 치열…연대·합류 기대감도 솔솔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귀국하는 것을 두고 언론매체들이 앞 다퉈 보도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는 그의 귀국을 지켜보려는 일찌감치 취재진과 팬클럽 회원, 일반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반 전 총장 측이 인천국제공항 도착 이후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반 전 총장의 이동 경로를 공개한 것도 국민적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측면이 짙다.

반 전 총장이 11일(현지시간) 오후 1시에 미국 뉴욕 JFK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탑승한 것부터 일거수일투족 따라 쫓아가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대선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의 대선캠프도 귀국 전에 이미 김숙 前 유엔대사를 비롯해 MB정부 수석 지낸 곽승준, 홍보·정무는 언론인 출신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실무진 11명이 서울 마포구 트라팰리스에 차려놓고 대기 중이었다. 반 전 총장의 공식 대변인이라고 밝힌 이도운씨는 이날 “내가 전달하는 말은 潘 前총장의 공식 입장”이라며 실무진이 공식 활동에 돌입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그의 귀국을 두고 여야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계적인 평화지도자로 남아 존경받는 삶을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대선 출마는 반 전 총장의 삶의 궤적에서 보면,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는 길이기보다는 정쟁에 뛰어들어 이미지를 실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에둘러 견제구를 날렸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을 위해 헌신하고 대한민국을 빛낸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을 대표해 감사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아직도 그분의 정체, 그분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또 대한민국 앞날에 대한 비전과 정책, 이런 것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른다”면서도 “그 분께서 안보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되, 경제나 교육, 노동, 복지, 이런 것은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는 길에 동의하신다면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합류에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 전 총장이 줄곧 국내에서는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아왔고, 지난 10년 간은 국제무대에서 분쟁조정의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했다”며 “지금까지의 경륜이 갈등상태에 있는 대한민국 현재에 꼭 필요한 자질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치켜세웠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귀국을 하며 또 다른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 충청권 현역의원들도 들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전날 옥천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한국 정치는 영호남이 주도하고 충청은 변방이었다. 충청 대망론을 현실화할 적절한 인물이 나타난 만큼 반 총장과 함께하겠다”며 “반 전 총장에게 가는 것은 확실하지만 탈당은 다른 지역 의원 등이 같이 움직일지 등 여러 생각을 해봐야 한다. 반 전 총장이 어느 당으로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참모진으로 합류한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 전 총장께서 특정 정당을 지금 선택하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대를 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들어갈 수 있는 정당은) 바른정당이 있고 국민의당도 있다”고 연대 또는 입당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반 전 총장의 귀국과 함께 덩달아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대해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띄운 채 “질문 안 받겠다”며 비켜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내에서 지펴지고 있는 뉴DJP연합 등 바른정당과 반 전 총장 측과의 연대론을 의식한 듯 “정치공학적 연대론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불사를 것을 제안한다”며 “(정권교체는) 썩은 부패 체제를 완전하게,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사람과 정치세력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신세를 많이 진 사람과 세력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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