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성에 대한 반론 존재하지만 소비자는 답답할 뿐"

[소비자경제=양우희 기자] 주요 대형마트와 식품기업이 유전자변형작물(GMO) 가공식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GMO 가공식품 수입 10대 국내 기업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날 국감에서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유전자변형미생물(GMO)을 개발해 만든 당 성분을 식의약처에서 승인받아 천연감미료인양 홍보한 사실 역시 드러났다. 사실 이들 제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전자를 변형한 미생물에서 얻은 설탕 대체 감미료이다.
현재 많은 음식점과 대형 프랜차이즈는 식재료의 원산지와 영양정보를 표시하지만 GMO 함유 여부는 표시하지 않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분별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GMO는 영어로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국내에서는 보통 ‘유전자 재조합 식품’, 혹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란 용어로 통용된다. 또한 GMO와 더불어 문제가 되는 GMM은 영어로 Genetically Modified Micro-organism의 약자로, 유전자가 변형된 바이러스, 세균, 효모 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GMO는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와 유통과 가공 상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농산물이다. 현재 유전공학기술을 통해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과학이 발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유전공학기술은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추위나 병충해 등에 강한 성질만을 선택한 뒤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아예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최초 판매 허가된 GMO 식물체는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한 ‘Flavr Savr’라는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시간이 지나며 물러지게 되지만 유전자 변형을 통해 칼젠사는 토마토가 수확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개발했다.
현재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식품 시장에서 급격하게 GMO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에 따른 위험성이 유럽 및 선진국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 당국의 대처는 미흡한 상황이다.
일단 국내에는 GMO의 한글 정의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GMO를 ‘유전재 자재조합식품’으로 정의 내렸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유전자변형농산물’이란 용어로 사용하는 중이다.
유럽연합위원회에서는 이미 지난 2009년 GMM과 GMO가 생태와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들 물질의 독성과 환경위해성 등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1990년대에 일본 기업이 GMM을 사용해 생산하고 판매한 식품첨가물 트립토판으로 만든 다이어트 식품이 신경장애를 유발하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에서 37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장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유전자 변형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독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밝혀졌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GMO의 위해성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최낙언 서울대학교 교수는 저서 ‘모든 생명은 GMO다’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는 90%가 GM 품종이지만 아직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가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생명은 GMO다’에 따르면 GMO는 인간 고유의 발명품이 아니다. 원래 수십억 년 전부터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흔하게 이뤄지던 기술이라는 것이다. GM기술은 인간이 자연의 기술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노벨상 수상자들의 움직임이다. 지난 6월 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리처드 로버츠를 비롯한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GMO 반대 운동을 멈춰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현재까지 GMO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 사례가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GMO와 GMM에 대한 위해성 여부를 떠나 소비자가 먹거리를 선택할 때 GMO 관련 여부를 정확히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GM 기술의 상업화가 이미 작물 뿐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유전자 변형 기술의 위해성이 어떻든 간에, 이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지 않냐”며 “ 아이들의 엄마로서, 내 남편의 아내로서 가족들에게 최대한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위해성이 밝혀진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한 화학물질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노출된 만큼, 정부가 소비자 편에 서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유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GMO 함유 여부 표시 규정을 바꿔야 해야 한다"며 "찬반 양론이 존재하지만 현재 GMO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불안이 들끓자 다국적 식품기업 캠벨, 제너럴밀즈, 델몬트, 허쉬초콜렛 등이 솔선해 GMO식재료를 배재하거나 함유 내용을 자진해서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생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