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의약계에서 보기 드물게 ‘잭팟’을 터트리며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이 그 주인공입니다.

한미약품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기까지 일등공신은 단연 약사 출신 기업가 임성기(77) 회장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가의 등장에 보수적인 제약업계까지 두손 두발을 모두 들었다고 하죠.

영업이익이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R&D를 멈추지 않고 10년간 1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했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이제는 임성기 같은 기업가가 필요한 시대”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임 회장은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약사 출신입니다. 중앙대학교 약대를 졸업한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종로 5가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고, 약국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이 나면서 임성기 약국은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합니다.

조제약으로 유명세를 탄 임 회장은 1973년 한미약품을 설립했습니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현재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 산업의 새로운 길을 연 제약회사로 성장했습니다.

한미약품에도 고비의 순간은 있었죠.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 정부가 제약업계 리베이트 단절 및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리베이트 쌍벌제’를 건의한 제약사 중 하나로 지목 받았습니다.

당시 의약계에선 “한미약품이 앞장서서 제약사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를 추진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다는 이유에서 의사들은 한미약품 제품을 보이콧했습니다.

그 결과 처방약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그 해 한미약품은 130억원의 적자를 감당해야만 했죠.

리베이트 쌍벌제 파동을 겪으면서 임 회장은 영업 대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임 회장은 이미 1999년에 “기술 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바랄 수 없다”며 “국내가 아니라 국제 수준 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한미약품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적자가 나는 시기에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간 것이죠.

2014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이 매출의 평균 8.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동안 한미약품은 20% 이상을 R&D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해외에서도 통하는 신약 개발’을 앞세워 굴지의 제약회사가 됐습니다. 글로벌 제약사에 치여 주눅 들어 있던 업계의 분위기까지도 확 바꿔놓았죠.

그러나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성장폭이 일시적으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미약품의 올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보다 70%를 밑도는 235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실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경한미’입니다. 중국 정부의 제약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북경한미의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죠.

건강보험재정 기준이 바뀌면서 중국의 약값이 평균 10%가량 낮아진 데 따른 매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입니다. 특히 신규 임상에 대한 허가가 강화되면 신규 전문의약품 출시도 더뎌지고 있는 게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약품의 약가인하에 따라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다만 한미약품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 벤처, 학계 등 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4분기 이후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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