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목적으로 처방되는 다이어트 약…처방·조제 파악 어려워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단시간에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처방하는 ‘다이어트 약’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손떨림, 불면증 등 부작용이 심각해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시에서 바이올린 강사로 근무중인 오지혜(27·여)씨는 본격 여름철을 앞두고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기 위해 교습실 근처 S산부인과에서 찾았다.
산부인과에서 다이어트 약을 판매한다는 점이 의문이었지만 이미 약을 복용해 본 친구들이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얻었다고 추천해 약을 복용하기로 결정했다.
오씨는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직후 일주일 동안 ‘들뜨는’ 기분이 계속돼 조깅, 수영 등 평소에 즐겨하던 운동량을 늘렸다. 하지만 복용 2주째에 입맛이 급격히 떨어지며 하루에 쌀밥 한두 수저를 먹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후 어지럼증, 설사, 구토 증상 등이 계속되자 오씨는 해당 산부인과를 다시 방문했고, 의사로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오씨는 “약 성분을 정확히 알 수도 없을뿐더러 한 번에 먹는 양이 많다보니 걱정된다”며 “손떨림이 계속돼 복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 모씨(32·남)는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송파구의 K산부인과에서 다이어트 약을 처방 받았다. 강씨는 신장 177cm에 몸무게가 100kg에 달하는 과체중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처방 받은 약을 15일가량 복용하고 11kg을 감량했다.
강씨는 첫 상담 시에 두 달 치의 약을 처방받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슴 떨림, 손 떨림, 의욕상실 등의 부작용이 반복되자 약을 끊기로 결정했다.
이들 사례처럼 주변의 입소문을 듣고 일부 산부인과에서 다이어트 약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확한 성분 표시가 부족하고,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드물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산부인과에서 처방 하는 다이어트 약은 주로 지방분해제, 식욕억제제, 변비약 등의 약품에 포함된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올리엣 캡슐’, ‘다이센캅셀’ 등의 지방분해제 성분은 식이성 지방의 분해를 억제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위장관 내에서 분해되지 않은 지방은 체내로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위장관을 통과해 대변으로 배설된다.
‘펜틴’, ‘젠트라펜’ 등의 식욕억제제 성분은 항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으로, 뇌를 자극해 식욕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건강에 이롭지 않다. 불면증이나 수전증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
‘마노엘’, ‘캠벨’, ‘센토실’ 등의 변비약 성분은 식욕억제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변비를 대비하는 동시에 몸 안에 수분과 장 내용물을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체중 감량을 극대화한다.
이 외에도 ‘슈가펜에스’, ‘카푸린에스’ 등 감기약 성분도 포함되는데, 이들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몸에서 열량이 소모되는 것을 돕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다이어트 약은 우리 몸속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지럼증, 구토, 탈모, 손떨림,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
장기적으로는 교감신경을 극도로 항진시킴으로써 부교감 반응을 증가시켜 식욕 통제를 어렵게 만든다. 약을 복용하는 기간에만 다이어트 효과가 지속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약품이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할 때 환자 스스로 오남용을 피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은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약물 처방에 앞서 환자에게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는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산부인과에서 처방하는 다이어트 약은 ‘미용’을 위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다. 즉,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이 약을 팔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처방과 조제가 이뤄진다. 때문에 어떤 사례에 처방하고, 얼마나 조제됐는지 등이 통계자료로 남아있지만, 비(非)보험 의약품은 처방이 적절했는지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기약, 변비약 등의 성분이 다이어트 약에 포함된 것은 ‘미용’을 위한 것일 뿐, 본래의 처방 목적인 ‘질병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에 모호하다.
이에 대해 정일영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는 “다이어트 약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약 성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세포활동이 증가하고, 복용 초기에는 기분이 들뜨는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차츰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할 경우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산부인과에서 처방되는 다이어트 약이 각종 부작용을 동반하며 오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도 “건강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약 자체가 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판단을 의사들의 도덕성에만 맡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