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장 13% 차지, 유통체계 독점↑…“지나친 ‘의존화’ 조심해야”

▲ 중국의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가 게임업계 최대 공룡 업체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 게임업체 역시 영향력 아래 놓였다는 분석이다. (출처=유튜브 캡쳐)

[소비자경제=김은희 기자] 중국의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가 유명 게임사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세계 게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텐센트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국내 게임사 역시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 유명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이 중국의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로 인수된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기존 73%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의 협상 끝에 84.3%라는 최대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됐다. 지분 거래가만 약 86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이로써 중국에서 월 14억명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 ‘위챗’ 및 SNS ‘웨이보’와 함께 거대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텐센트가 이제는 PC게임 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세계 시장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지난 2011년 인기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를 개발한 미국 라이엇 게임즈의 최대 주주가 된데 이어 이제는 모바일 강소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M&A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설립된 슈퍼셀은 지금까지 총 4종의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 로얄’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액 2조7450억원을 달성해 시장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텐센트의 모바일 업체를 향한 행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뉴주(New Zoo)는 “텐센트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의 13%(111억 달러)를 차지하게 됐다”며 “이제는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서도 텐센트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중국의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가 유명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의 최대 주주가 됐다.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 로얄’ 이렇게 4종의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 1위 업계다. (출처=클래시오브클랜 홈페이지)

국내 시장에도 텐센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의 최대 게임 유통사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부분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현지 정책상 간접적으로 진출하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지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2년부터 중국의 게임 시장은 매년 20%가 넘게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220억 달러(원화 26조 1690억원)를 달성해 기존 최대 시장이었던 북미의 200억 달러 매출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역시 이러한 추세는 계속돼 중국은 명실상부 세계 게임 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게임 및 각종 디지털 문화·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출판 서비스 관리 규정’에 따르면 인터넷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업체는 무조건 중국 현지 회사여야만 한다. 외국계 기업이나 합자법인은 중국에서 인터넷 및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없다.

또 서비스 제공 업체의 경우 서버를 무조건 중국 내에 둬야 하며 외국계 회사와의 합작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에도 사전에 신문출판광전총국에 보고 및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법인에 대한 높은 장벽으로 직접 진출하는 대신 현지 공급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거나 IP(지적재산권)을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로, 웹젠의 경우 ‘뮤 오리진’ 등으로 텐센트와 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 위주의 독점 체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텐센트가 국내 업체들과의 계약을 깬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유명한 IP로 성공이 보장된 작품 아니면 투자를 피하는 듯한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또 텐센트가 오히려 국내 시장을 역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미 텐센트가 최대 주주로 있는 PC 게임 LOL의 경우 200주 이상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5%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카카오게임즈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또 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 카본아이드 등 국내 많은 게임업체들에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 유통사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커질 경우 해당 영향력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콘텐츠가 시장에서 제대로 서비스되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지나치게 독점적으로 쏠리는 구조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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