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증대하나 여전히 보험 상품 부족…“아직 대부분 필요성 못 느껴”

▲ 최근 국내에서도 사이버 보안 위협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대비하는 '사이버 보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김은희 기자]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보안 위협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사이버 보험 상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3일 200만여명의 회원들을 보유한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를 통해 랜섬웨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뜨는 외부 광고를 통해 확산된 ‘CryptXXX 3.0’는 수많은 피해 컴퓨터들을 양산했다.

비슷한 시기 딴지일보 등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른 커뮤니티 역시 랜섬웨어가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전문업체 하우리에 따르면 구글의 광고 서비스인 ‘애드 익스체인지’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외부 플랫폼 업체를 통해 랜섬웨어가 무작위로 살포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최근 인터넷 보안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늘고 있다.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잡는 랜섬웨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위협들은 인터넷으로 모든 사물과 제품을 연결하는 IoT 시대의 등장과 함께 더욱 위협받고 있다.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상 외부 공격자에 의해 뚫릴 확률은 무조건 존재한다”며 “보안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이버 보안에 대한 위협이 점차 높아지면서 ‘사이버 보험(Cyber Insurance)’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 보험은 사이버 공격 등 보안 침해에 대비해 업체의 사후 비용 및 복구 비용을 보상하고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한 보험으로,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대형업체들에 의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사이버 리스크에 관한 보험 상품 시장 역시 커지는 추세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보안 사고가 줄줄이 터진 2014년을 기점으로 보험 가입 증가율은 약 32%에 달하며 시장 규모 역시 1년 만에 130% 증가한 23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알리안츠 그룹 자회사 AGCS(Allianz Global Corporate & Specialty)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2025년까지 사이버 보험 시장이 약 200억 달러 규모(원화 23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업체에 한 번 보안 사고가 날 경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네트워크(PSN)’를 이용하는 7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의 경우 집단 소송 끝에 소니가 패소해 약 1500만 달러(원화 174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

반면 지난 2013년 약 40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를 유출한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의 경우 미리 들어놓은 1억 달러(원화 1162억원) 규모의 사이버 보험 가입으로 피해액을 최소화했다. 

국내 역시도 최근 ‘사이버 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AIG손해보험 관계자 역시 “최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들이 개정되고 지속적인 국내외 사이버 사고 위협들과 함께 ‘사이버 종합 배상 보험’에 대한 업체들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모든 기관들까지 이러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나 그는 “아직까지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의무보험화 되었음에도 금융기관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국내 사이버 보험에 대한 수요는 미온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손해보험 업체인 삼성화재 관계자 역시 “사실상 아직까지 사이버 보안 특화된 상품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국내 시장의 경우 생명 등 개인 상품인 B2C에 집중돼있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수요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 역시 “몇몇 업체에서 B2B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 규모는 적은 편”이라며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대부분 업체들이 보험을 들면서까지 대비해야하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태동 단계인 만큼 이러한 인식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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