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경제 활력 떨어뜨려…부실 위험 있어 안심은 금물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5대 취약업종에 포함돼 긴급 구조조정 대상에 속했던 건설업계가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수주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아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실기업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아직 부실 위험으로 인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경기민감업종에서 건설업을 제외했다. 전날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주재로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기업 구조조정 상황과 계획 등을 논의한 결과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지난해 저유가 등으로 해외 건설사업은 약세를 보였지만, 국내사업의 경우 주택사업 호조·공공공사 확대로 회복세를 보여 업황 전반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업계 매출액은 해외 수주 부진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그러나 국내 주택사업에서 민간건설 부분 수주는 102조5000억원에 달했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량도 전년 대비 8.9% 늘어난 28조8000억원을 기록해 당분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판단이다.
구조조정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자 건설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란 등 해외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이 끊길 경우 수주 경쟁에서 불이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여전히 부실위험이 있는 건설사가 많지만 현재 건설사들이 사업부문 축소, 인력 감축 등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인위적인 인수합병이나 퇴출 등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좀비기업이 증가할수록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율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체되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역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은 일본이 은행의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기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이는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이 증가할수록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퇴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에 생산성이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해외 다수의 연구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증가가 생산성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 이외의 요인도 감안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의 워크아웃이 지체돼왔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맡고 있는 국책은행들의 역할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앞으로 건설업계가 해결해야 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금융위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건설업종에서 모두 14개 회사가 현재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명단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한화건설, SK건설, 두산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경남기업, KCC건설, 한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3년 연속 적자,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 2년 연속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을 기록한 기업들이다.
대한건설협회 시장개척실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조선·해운과 다르게 2009년 1차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고 국토교통부의 부실업체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등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부실 기업이 아직 있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안정적인 국내 사업 외에도 해외 수주를 통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