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연구개발 통한 자체 경쟁력 강화해야" 지적도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최근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제과업계 내 경쟁사 간 ‘상생’과 ‘공존’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일 제품군으로 맞서는 경쟁사와 손잡는 모습까지 연출되며 타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의 제조사 해태가루비는 575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299억원)보다 2배가량 늘었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66억으로 전년비 약 7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태가루비는 지난 2011년 해태제과와 일본 제과사 가루비(CALBEE)가 설립한 합작회사로 양측이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한일 합작사인 해태가루비가 운영하는 원주시 문막공장에서 허니버터칩을 생산하고 있고, 해태제과가 판매를 맡아 양사가 최대 실적을 냈다.
두 회사는 공장을 풀가동해 허니버터칩을 생산해왔지만 물량을 맞출 수 없어 최근 240억원을 공동 투자해 문막 외투지역 내 3만㎡ 부지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내달 새 공장이 가동된다면 생산량은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해태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최대 실적으로 다음달 14년 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또 가루비는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3월기 연간결산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8%늘어난 2400억엔(한화 약 2조 4977억원), 영업이익은 19.1% 늘어난 288억엔, 순이익도 11.9% 증가한 158억엔을 기록했다.
이처럼 해태제과와 가루비는 손을 맞잡고 한일 과자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함박웃음을 짓고있다. 이에 업계 내외에서 주목해 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 두 회사가 ‘감자칩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경쟁자’였다는 점이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으로 부를 수 있는 동종업계 내 치열한 경쟁사 간 협업은 비단 해태제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나초콜릿과 드림카카오 등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제과 역시 오래전부터 경쟁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보다 공존을 선택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2007년부터 미국 초콜릿 업체인 허쉬와 전략적제휴를 체결했다. 롯데 측은 허쉬의 유통을 담당하고, 벨기에의 길리안 초콜릿 브랜드를 100% 인수함으로써 국내 초콜릿 시장을 완전히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왔다.
이어 다음해인 2008년 12월에는 일본 기린식품과 제과부문에 있어 전략적제휴를 맺으며, 기린이 제조 및 생산 그리고 롯데는 영업과 판매를 맡으며 '윈윈(win-win)효과'를 기대했다. 롯데제과는 2014년에 기린식품을 흡수합병해 경영효율성 증대 및 사업확대를 이룰 수 있었다.
이후 드림카카오의 매출은 지난 2010년 120억원에서 2015년 2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오를 만큼 초콜릿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 가나초콜릿 매출은 2010년 4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00억원 수준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BC초콜릿 역시 2012년 이후 매년 300억원 이상을 기록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제과는 이렇게 해외 제품의 유통망을 독점하거나 브랜드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자사 제품의 실적이 부진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서라도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독점 판매하거나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하는 데는 최소 기본 수요는 충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나 제조 및 유통사 입장에서 이들은 국제적으로 이미 검증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 기본적으로 적정 수준의 수요구조가 확립돼있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소비가 침체된 상황일수록 대규모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에 드는 비용보다 해외 브랜드에 지불하는 로열티 비용이 더 경제적이며 이런 새로운 전략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연구개발을 강화해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 브랜드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면 결국 자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시장경제에 따라 로열티 부담은 나날이 늘어나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적 제휴가 늘고 있는 추세는 역시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과 제품들이 출시되고 전세계 유통망을 통해 확산되며, 각 회사마다 신제품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기업들마다 피튀기는 전쟁이나 모험보다 공존하며 현재 상태를 유지 및 발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히려 적과의 동침 선호해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국내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신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는 것은 마치 로또에 당첨되듯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업계에서도 고품질의 다양한 제품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자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보다는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유통·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