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상용화'는 언제?...성공 관건은 '기술'과 '인프라'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폭스바겐 디젤차량의 연비 조작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마션'에서 등장하는 우주탐사차량은 전기차다. 영화에서 이 차량은 13시간 충전 후 4시간 운행이 가능했다. 물론 지역이 화성이라는 점과, 탐사용 차량이라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동식 전기차량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름을 주유한 뒤 수 시간을 편하게 갈 수 있는 가솔린차량과 비교해봤을 때 지나치게 번거롭다.
일단 미래의 자동차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전기차의 여러 장점 중 한가지는 먼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배기가스 분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휘발유 자동차 1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면 연간 약 2.3톤의 이산화탄소(CO2)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전기차 1대(경차기준)로 소나무 약 450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전기에너지로 차량을 이동하는 날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전기차는 연료비용이 휘발유 자동차 대비 1/10 수준으로 저렴해서 고유가 시대의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대안이다.
다만 앞으로 전기차 충전소 확보, 배터리 충전 시간 등은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 전기차, 핵심은 '배터리 기술'
전기차 시대의 핵심은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충전하고 사용하는 지의 여부다. 전기차가 환경적인 요인과 비용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가솔린차와 디젤차에게 밀리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배터리’의 이유가 크다.
전기차는 배터리형 전기차와 비배터리형 전기차로 나뉜다. 배터리형 전기차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전기차다. 우리가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차량도 충전을 해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100km 이하의 단거리용으로는 전기차의 사용에 무리가 없지만 장거리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의 차량충전방식은 급속충전에 20~30분, 완전충전에 4~6시간의 시간이 소요돼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기술이 비 배터리형 전기차다. 즉 수소연료전지차(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한 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지로 가는 차. 즉, 전기차를 말하는 것으로 배터리 방식의 발전이 워낙 더딘 탓에 모터에 공급하는 전력 공급 시스템을 고체전지(배터리)가 아닌 연료전지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수소연료전지 기술이다.

다만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기차 개발에 있어서 구동방식과 배터리기술 부문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기술개발 보다 단지 전기차의 모터구동 방식만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은 대체로 화학회사들이 개발한다"면서 "이 두 가지 부문 개발에 모두 나서면 투자액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관련 개발 나선 업체들...'대박' 노린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수소연료전지차를 직접 출시한 현대차는 당시 1억 5000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과 성능 검증 부족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었다.
현대차는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하고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완벽한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수소 연료전지차 주요 부품을 국내 200여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있다"면서 "현재 148km(국내 인증 기준)인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킨 신형 전기차 개발 중에 있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기술에 가장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기업은 도요타다. 업계에서는 과감한 투자로 지금은 도요타가 현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거의 따라잡은 걸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환경규제가 엄격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의 발전이 지지부진한 틈을 노려 도요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축적해온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에서 역전을 한 셈이다.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5분을 충전하면 500km를 넘게 주행할 수 있고 최대속도는 178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에서 가스 대신 배출되는 물은 마실 수도 있을 만큼 깨끗하다.
도요타는 앞으로 2050년까지만 휘발유와 디젤엔진 차를 생산하고 이후 친환경 차로 모든 차량을 대체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 개발과 별개로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3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은 43.4%로 절반에 가깝다. 삼성SDI가 25%, LG화학이 18.4%로 글로벌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FCA그룹,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향후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가 될 중국 시장에서의 수주 물량을 대거 확대, 올해 말까지 중국 남경에 연간 10만개 이상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자동차로는 기아자동차 '레이'(최고속도출력=130km/h//1회충전주행거리=91km)와 '쏘울'(최고속도출력=145km/h//1회충전주행거리=148km), 르노삼성의 'SM3'(최고속도출력=135km/h//1회충전주행거리=135km), 한국GM '스파크'(최고속도출력=145km/h//1회충전주행거리=135km), BMW 'i3'(최고속도출력=150km/h//1회충전주행거리=132km) 등이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183대였다. 이는 2013년(715대)에 비해 65.5%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기아차의 '쏘울'이었다. 쏘울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48Km로 국내 출시된 전기차량 주행거리 중 가장 길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선택 시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주행거리임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쏘울은 총 414대를 판매, 월 평균 35대의 판매량을 보였다.

한편 전국의 급속충전소를 살펴보면(지역+고속도로 휴게소 설치/2015년 9월 24일 기준) 강원도 7곳, 경기도 56곳, 경남 29곳, 경북 25곳, 전남 31곳, 전북 14곳, 충남 15곳, 충북 13곳, 제주 49곳, 서울 37곳, 부산 13곳, 인천 10곳, 대구 3곳 울산 3곳, 광주 10곳, 대전 2곳, 세종 1곳, 부산 13곳 등 총 337곳이다. 충전소는 일부를 제외하고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전기차의 장거리 운행과 긴급충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급속충전시설 100기를 경부·서해안 등 고속도로 휴게소 30곳과 수도권, 경상권 등 전국 70곳에 추가 설치한 바 있다.
대부분의 충전시설이 국내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 약 130km 내에 있어 서울에서 부산 또는 목포까지 전기차로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2017년까지 총 637기의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재 무료 이용 중인 충전요금은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충전요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2000만 인구 서울시의 경우 , 장기적으로 급속충전기 500기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서울 어디서나 5분 거리에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고 공유하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기차 공유 업체 씨티카, 그린카, 쏘카 등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용요금도 일반적인 렌트카 비용보다 30~50%나 저렴해 찾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씨티카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기차는 주행거리나 속도가 크게 개선돼 일상적인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충전 인프라와 주차공간이 충분치 않아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보급의 쟁점으로 높은 차량가격, 충전인프라 부족, 짧은 주행거리 등이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기아차 레이 EV의 경우 판매가는 3500만원이나, 국비 지원 시 1700만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다른 차량들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고 있다. 문제는 향후 나올 차들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최소 1억 이상의 차 값이 매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낮출 것인가가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는 정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지만 높은 차량가격은 결국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원가를 낮추느냐에 달려있다"며 "또한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보다 유연하게 바꾸기 위한 관련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