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브랜드 심각한 타격...언론재편 시나리오 추측 무성

[소비자경제 칼럼] 한국광고주협회가 최근 ‘2015 유사언론 행위 피해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그 여파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사이비언론이란 주홍글씨가 선연히 찍힌 언론사들은 메트로를 제외하고 일단 관망하는 입장이지만 매체 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서슬퍼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도 ‘나쁜 언론’을 발표한 전례가 없던 상황에서 기업 이익집단인 광고주협회가 일방적으로 ‘나쁜 언론’ 명단을 발표한 것은 다분히 자본권력을 통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기존 메이저 매체와 광고주협회가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제안과 맞물려 군소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광고주협회는 지난 1일 마케팅 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체 100개 기업 홍보담당자로부터 받은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광고주협회는 “유사언론행위로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90%(매우심각: 53%, 심각한 편: 37%)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며 “유사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매체사로는 메트로가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상위 20개 유사언론 명단이 ‘나쁜 언론’이란 이름으로 증권가를 통해 일선 기업 홍보실 관계자들에게 전파됐다.
명단에는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은 모두 제외됐고 타블로이드 주간신문사 및 창간 5년 안팎의 군소 언론사들이 포함됐다. 중견 언론 계열사 매체들과 연합뉴스 라이벌 통신사도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 특종을 전문으로 하는 매체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번 광고주협회가 뽑은 ‘나쁜 언론’과 관련해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데 있다. 기왕 시도한 것이라면 상대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고 그로인해 고칠 것은 고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해당 언론사들은 물론 광고주협회 소속 홍보실 관계자들까지도 “설득력이 없다” “선정 기준이 뭐냐”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나쁜 언론’ 명단이 발표된 직후 10여 곳의 대기업 홍보팀장들을 만나 직접 들은 말이다.
같은 광고주협회 회원사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명단을 발표한 자체가 난센스다. 애초 설문도 조사도 엉터리였다는 것이다. 광고주협회 회원 33%가 지명한 메트로가 설문조사를 한 갤럽에 문의 해봤더니 “설문 의도와 다르다”고 했다.
‘나쁜 언론 형태’로 지목한 광고 협찬 문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메이저 언론들이 요일별 특집기획을 진행하면서 기업체에 하루가 멀다하여 협찬을 요구한다고 한다. 한번도 강요가 없었을 리 만무하다.
광고주협회가 선정한 ‘나쁜 언론’ 명단에는 소비자경제도 포함됐다. 7년간 소비자들의 권익을 전달하고 제보 사실을 기사화하다보니 해당 기업체로서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때론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독자의 제보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고 이를 통해 홍보실은 윗선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비자매체가 갖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소비자경제 외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소비자매체도 ‘나쁜 언론’에 포함됐다. 광고주 보기엔 ‘소비자매체’가 눈엣 가시 같은 언론사라는 뜻이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보도된 기사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이 행여 불이익을 당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수 없다. 하지만 지극히 언론의 본질적 사명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왔던 길을 변함없이 걸을 예정이다.
소비자경제은 그동안 힘없고 나약한 소비자들이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올린 제보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답변을 달거나 취재를 했다. 더불어 기업 홍보실과 연락을 취해 억울한 사연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중요한 것은 광고주협회가 자신들을 불편하게 했던 언론사를 마녀사냥식으로 폭로하고 단죄해선은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대다수 언론이 자본권력에 종속된 상황에서 광고주협회의 파워와 목소리가 커질수록 언론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이 땅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된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과거 70~80년대 그런 사회를 경험해봤다. 정경유착과 같은 불합리한 행태들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편법과 로비 불법이 우리사회에 난무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 자유는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향후 포털 뉴스와의 기사 제휴 및 퇴출을 결정하는 포털제휴평가위원회에 광고주협회 회원들이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을 광고주들에 종속된 도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저 소문으로 끝나길 바란다.
행여 광고주협회, 메이저 언론사들이 손을 잡고 언론재편 시나리오를 현실화 시킬 경우 이에 준하는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이든 자연스런 흐름을 거스릴 경우 큰 저항이 있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언론’도 변해야 한다. 여전히 정부부처 출입을 하려면 폐쇄적인 기자단을 통과해야 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은 제고 되어야 한다. 엄격한 규정으로 ‘사이비 언론’을 솎아내기 위한 잣대라기보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사를 빌미로 광고주를 협박하는 ‘사이비언론’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언론의 본질을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해충과 같기 때문이다.
윤대우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