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행원 47명중 경제계 대표 17명

큰 틀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이번 정상회담의 큰 틀은 결국 한반도내의 평화다. 지난 7일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중 부시는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공개하고 폐기할 경우 한반도에 있어서 새로운 평화 체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을 종결하기위한 새로운 평화조약을 체결할 지는 전적으로 김정일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휴전상태에서 평화공존이 아닌 북한의 행동 여부에 따라서는 영원한 한반도내의 평화를 위한 終戰선언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과 평화체제의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되어지는 것이고, 남북경협은 장기적인 평화구조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중 하나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경제계 수행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형식적인 대북사업 및 남북경협을 위한 구성원 이라기보다는 좀 더 실질적이고 대북사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위주로 선정 된 것을 엿 볼 수 있다.
건교부, 산자부 장관은 왜 빠졌나
이번 경제계수행원 17명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사항이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강조했던 ‘경제공동체’와는 거리가 있다. 경제공동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항만,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투자자본(SOC)과 같은 기반시설에 우선투자해야하는데 건교부, 산자부장관의 동행이 빠져있다. 이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재경부 장관이 경제 관련 의제를 총괄할 것이고, 남북경협 수석대표로 재경부 차관이 그동안 총괄적으로 참여했다”고 만 밝혔다. 또한 대북 경협과 관련이 적은 과기, 농림,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함된 것에 관해서는 “정상회담 중 거론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식량난 해소와 복지문제, 우리의 첨단 과학 기술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 같이 직접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4대그룹... 삼성, 현대, LG, SK
대북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오던 삼성그룹은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동행했던 윤종용부회장이 또 다시 동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북한 현황 파악 후 투자 검토를 한다는 기존의 입장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에 따라 사업기회를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회장이 직접 방문하는 현대.기아차 그룹은 포스코와 함께 이번 방북단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업이다. 고 정주영 회장 영향으로 대북사업에 관심이 크고,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대북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직접 동행하는 것은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관련된 나진-핫산 철도현대화와 나진항 개발을 통한 물류사업의 가능성 때문에 주목된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이번이 두 번째 동행인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협력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직접 동행하는데, SK는 통신, 건설, 주유소 등 인프라스트럭처 주도형 비즈니스가 많은 만큼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 되 야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 회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대북 사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경협 대표기업
경협 대표기업으로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기문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이 동행한다. 포스코는 그동안 인도, 베트남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북측으로부터 연 20만 톤 규모의 무연탄을 수입하는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사항은 없다. 이구택 회장은 중국 현지법인인 포스코 차이나를 통해 “ 북측이 파이넥스 설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는 입장만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측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파이넥스 공법을 북측에 알리고, 철광석 등 원료 구매를 포함해 좀 더 협력을 확대할 차원이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경제개발에 대형 제철소 건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05년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북한 철광석 실태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대북 개발사업의 원조격인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직접 방문하는데, 금강산관광특구 개발사업 및 개성관광 성사 문제를 매듭짓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개성공단입주기업 협의회 회장인 김기문 로만손회장도 이번 방북 때 경협대표로 동행한다. 김 회장은 경제 관련 규제와 관련해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는 모두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주말에도 개성공단 출입이 자유로워야 하며 평일에는 24시간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가장 큰 요구”라고 전했다. 또한 아직까지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는 남북정상의 개성공단 방문을 건의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있는 만큼 두 정상의 방문은 향후 개성공단의 외국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 대표기업
아직까지 개발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해 경공업분야의 협력 관계에 대한 논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세호 섬유산업연합회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이한호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의 특별수행이 그 이유다.
특히 노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포함된데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신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경공업협력사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 라며 “현재 신발협회회장이 공석인 가운데 박회장은 신발협회 회장을 3차례나 역임해 참석하게 됐다”로 말했다. 권홍사 건설단체총엽합회 회장은 대북 SOC 사업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이 어떤 형태로 참여하게 될지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SOC 사업이 시작되면 여러 가지 형태로 참여하게 되므로 이번 방북수행의 결과에 따라 국내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했던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수행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지에서의 사업 타당성 검토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남 사장의 이번 방북은 세계 최대 조선강국의 대표 자격으로 방북, 남포에 위치한 영남 배수리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사장은 앞서 지난 5월 이 수리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으며, 당시 “통신, 자본투자, 직원 진출입 등에 있어서 중국 정도의 수준과 조건만 갖춰진다면 적극적인 투자검토를 하겠다”고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 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를 위해 북한철도 현대화를 제안할 예정이다. 특히 이 사장은 남북열차 운행을 기반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제열차 운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개성공단 출퇴근 열차 및 금강산 관광열차 등의 상징적 운행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걸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남북경협 및 북한경제 재건을 위해 그 동안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되었던 전력시설 개보수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도 동행하게 된다.
금융권 산업, 하나 동행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와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동행한다.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4월 북한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해 업체당 대출한도를 폐지하는 등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이를 토대로 국책은행으로서 북한 지역의 개발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권 인사 중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은 올해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인 간담회에서 남북 경제교류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북한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표명을 한 것이 이번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이미 중국 상하이, 선양, 칭다오 에 현지법인 형태로 은행을 두고 있으며 현지 은행을 통해 북한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지 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협력은 남측 중소기업의 탈출구
이번 정상회담 경제계 수행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부의 경제협력 의지와 방향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 중소 제조 기업들에게는 또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최악의 노동여건에서 중국 및 동남아 등으로의 진출 대신 이왕이면 우리 땅으로의 투자가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과거 일방적으로 퍼주던 경제협력이 아닌 양측 모두 상생하는 큰 틀의 남북경제공동체의 제도화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정민기자 기자
ljm@ceo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