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미국·일본 웹툰·소설 플랫폼 1위 못 빼앗겨
양사 이미 1조원 이상 베팅…주요 타깃층은 ‘18~24세 여성’
타파스 “문화적 이질감 덜한 스페인어권 플랫폼 확장 예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온라인 만화플랫폼 1위를 놓고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하루 아침에 달성한 위업이 아니다. 

만화책 대여점이나 만화방에서 즐겨보던 무협지와 만화책 단행본 스캔 파일이 2000년대 인터넷에 떠돌고, 2010년대 초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더니 2010년 후반 들어서 결국 온라인 플랫폼에 자리를 내줬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뽐내는 우리나라 제품, 서비스 가운데 돋보이는 게 반도체와 대중가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웹툰-웹소설이 부상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 대표 웹툰-웹소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벌이는 활약상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카카오·네이버 웹툰 3분기 실적과 현황

카카오가 지난 11월 3일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실적 발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 증가한 약 1조 86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503억원을 기록했다. 1조 8600억원 가운데 플랫폼 부문이 9869억원, 콘텐츠 부문이 8718억원을 차지했다. 카카오 콘텐츠 부문은 사업이 크게 ▲게임 ▲음악 ▲스토리 ▲미디어로 나누어진다. 스토리 사업은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총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앱 만화 시장 점유율 1등 픽코마로 구성된다. 

픽코마는 일본 앱 만화 시장에서 50%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계속 성장하고 있고 5~7월에 이어 9월에도 구글 앱스토어 전체 매출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일본 모바일 앱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며 올해 3분기 기준 픽코마는 월 MAU가 1000만명 이상이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픽코마는 일본 출판사가 출간하는 만화, 소설과 세계 각국 웹툰을 앱과 웹으로 서비스 중이다. 2020년 7월부터 현재까지 일본 만화플랫폼 단일 플랫폼 거래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는 지난 9월 전략적 합병을 완료하고 타파스엔터테인먼트로 새 출범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미국 첫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지분 100%를 약 3741억원,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는 약 5000억원에 지분 100%를 지난해 5월 취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 자회사 래디쉬는 2021년 12월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지분 100%를 4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우시아월드는 중국계 창업자가 2014년 만든 플랫폼으로 주로 한국과 중국의 웹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 서비스해왔다.

네이버는 3분기에 매출 2조 573억원, 영업이익 3302억원, 조정 EBITDA 46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EBITDA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을 뜻한다. 사업 부문별 매출은 ▲ 서치플랫폼 8962억원 ▲ 커머스 4583억원 ▲ 핀테크 2962억원 ▲콘텐츠 3119억원 ▲클라우드 및 기타 948억원이다.

콘텐츠는 전년 동기 대비 77.3%, 전분기 대비 3.9% 증가한 311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글로벌 웹툰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전분기 대비 11.9% 성장한 457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웹툰 사업 전개를 위해 1조원 넘는 투자를 집행해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확보했고 지난 11월에는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3월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약 334억원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에 약 6500억원 ▲지난 2월 국내 1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1082억원 ▲지난 3월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이니셔티브재팬 2000억원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카카오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화 된 ‘사내맞선’ [사진=연합뉴스]
카카오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화 된 ‘사내맞선’ [사진=연합뉴스]

美·日서 1위 놓고 ‘엎치락 뒤치락’

우리나라가 만든 우수한 제품, 서비스는 많으나 세계 최고 수준인 산업은 많지 않다.

네이버는 국내외에서 ‘네이버웹툰’ 이름으로 서비스(일본 라인망가 제외)를 전개하고 있으나 카카오의 경우 국내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페이지, 영어로 서비스 하는 북미 지역에서는 래디시,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일본에서는 픽코마로 플랫폼을 다양하게 분화했다.

라인망가는 네이버가 일보 소프트뱅크의 Z홀딩스와 합작 설립한 라인의 자회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에서 제공하는 웹툰서비스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2020년 네이버웹툰의 미국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편입됐다.

지난 2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발간하는 디지털만화규장각 웹진에 따르면, 일본 출판과학연구소 조사결과 올해 만화 앱 이용률 순위에서 라인망가와 픽코마가 나란히 1, 2위를 달성했다. 라인망가와 픽코마는 2020년부터 3년째 꾸준히 1, 2등을 순위를 이어오고 있다. NHN이 제공하는 코미코도 일본 만화 앱 이용률 순위 4위를 기록해 상위 만화 앱 4개 가운데 3개를 한국 앱이 차지하게 됐다.

웹툰 서비스가 초창기 태동하던 2010년대 초반보다 현재 장르가 더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웹툰 캐릭터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카카오웹툰 ‘사내맞선’은 지난 2~4월 공중파 채널 SBS에서 12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됐고 JTBC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간 방영됐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도 카카오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또 최근 시청률 15%를 기록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네이버웹툰에 게재된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전세계 사람들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제작진이 만든 웹툰 기반 드라마를 볼 수도 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사진=연합뉴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사진=연합뉴스]

한국 웹툰의 북미시장 소구점은 마블·DC엔 없는 ‘아기자기함’

타파스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국 만화 양대 산맥 DC코믹스/마블코믹스(이하 DC/마블) 주 이용자 계층이 40대 남성층이라고 가정했을 때 웹툰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젊은 여성층이 소비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웹툰 콘텐츠 제작사의 비즈니스모델도 결국은 DC나 마블처럼 전체 매출에서 만화 자체가 차지하는 매출보다는 IP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DC나 마블 코믹스 매출 가운데 0.1%도 만화에서 안 될 것 같다. 훨씬 더 큰 매출을 영상, 게임으로 벌고 있기 때문에 타파스도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타파스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북미에서 만화 편당 약 500원으로 결제 하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건당 이라기 보다는 몇 십 달러에 해당하는 돈으로 웹툰 사이트 코인을 구매해 1편 볼 때마다 코인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현재 타파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 수는 8만~9만명에 이른다.

일본이나 미국 둘 다 출판 만화 강국이기는 하나 이 시장을 디지털 플랫폼에 가져오려는 노력을 국내 업체만큼 기울이지 않아서 그런지 현재 미국과 일본 웹툰 플랫폼 1위는 모두 국내업체다.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DC, 마블 IP를 웹툰으로 만들어 팔지 않는 까닭으로 기존 출판 시장에 너무 익숙해져서 디지털 화를 안 하는 거 같다”고 추정했다.

현재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50만명이고 주 사용자층은 18~24세 여성층이 가장 많다. 향후 타파스 엔터테인먼트는 스페인어권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있다.

네이버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 재벌집막내아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 재벌집막내아들 [사진=연합뉴스]

웹툰 드라마화가 대세…일본 온라인 만화 플랫폼 1위 ‘나야 나’

한편 네이버는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 매출이 웹툰과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230배 증가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4년 전 완결된 원작 웹소설이 웹툰과 드라마로 재조명 받으며 유료 결제자가 증가한 결과다. 해당 수치는 동명의 웹툰 론칭 전과 드라마 방영 후 10일 간 네이버시리즈 매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원작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문피아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2017년에 최초 연재되어 2018년에 완결한 작품이다. 웹소설 원작 동명의 웹툰은 지난 9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단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가 운영하는 라인망가와 이북재팬(ebookjapan)의 8월 합산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인 100억엔(약 970억원)을 돌파했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두 플랫폼의 서비스 합산 월간 거래액이 100억엔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망가에서 8월에 진행한 여름 캠페인과 오리지널 웹툰이 인기를 끌며 거래액 상승세를 견인했다. 한국 오리지널 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줘’ (글/그림 성소작/LICO), ‘싸움독학’ (글/그림 박태준/김정현), ‘입학용병’ (글/그림 YC/락현) 작품 등이 성과를 내며 높은 거래액을 기록했다. 또한, 이북재팬이 일본 대표 결제 서비스 페이페이(PayPay)와 함께 진행한 캠페인과 작품 추천 프로모션 등이 시너지를 내며 거래액 상승에 기여했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시너지를 통해 일본에서 인기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3월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인수를 완료하고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사업 확장을 위해 최근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