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내 매출의 대부분을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납부해야 할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제도 개선을 통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조세회피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이 검토한 넷플릭스 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3년간 국내 매출액 1조 2330억 중 전체 77.8%인 9591억원을 넷플릭스 해외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크게 낮춰 법인세를 매출액 0.5% 수준인 58억 6000만원만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매출액 1859억원 중 그룹사 수수료 1221억원(65.7%)을 송금한 와중 법인세는 전체 매출액에 0.3%인 5억 9000만원만 납부했다. 2020년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41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그룹사 수수료는 전체 매출액에 77.1%인 3204억원을 송금한 반면 법인세 납부 금액은 0.5%인 21억 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6316억원 중 그룹사 수수료 5166억원(81.8%)을 해외로 송금했고, 법인세 납부 금액은 0.5%인 30억 9000만원만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태는 해외 본사로 송금하는 수수료 비율을 높게 책정하고 실제 매출을 낮추는 꼼수를 통해 국내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의 매출원가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약 82%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며 실매출을 줄였다”며 “넷플릭스가 부당하게 국내소득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았다면 납부해야 할 세금은 3년 간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국부 유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은 25일 소비자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금을 추정한 방식은 넷플릭스 본사 전체 세전 이익률(19.7%)과 법인세율(국내 평균 22%)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넷플릭스의 조세회피 의혹에 대해 2020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세무조사(조세범칙조사)에 착수한 이후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축소하는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조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넷플릭스 전 세계 톱10 TV프로그램 1위’를 달성한 ‘오징어 게임’을 통해 15일 만에 83개국에서 1위를 휩쓸며 넷플릭스 기업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 흥행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1일 종가 기준 613.15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2713억 달러(약 321조원)에 이르렀다.

넷플릭스는 2020년 아시아 전역 K-콘텐츠 시청이 2019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K-콘텐츠를 아태지역 가입자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저작권 등을 독점하고 있어 국내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흥행을 하더라도 추가 인센티브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자사 서비스의 수익 창출을 위해 최근 4년간 관련 트래픽이 67배 늘었으나 이에 따른 망 이용대가 지불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SK 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직접 연동된 트래픽은 2018년 1월 22Gbps에서 지난해 말 1743Gbps 수준으로 4년간 67배가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분기 기준 전체 인터넷 트래픽 중 구글 27%에 이어 넷플릭스 7.2%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페이스북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넷플릭스가 K-콘텐츠의 흥행을 등에 업고 전체 매출의 증가와 기업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책임은 오히려 무시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거듭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의 국내 세금 회피 방지 방안을 마련하여 정상적인 세금 납부를 통해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 측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3차례에 걸쳐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바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미국 에이티앤티(AT&T), 컴캐스트,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프랑스 오렌지 등의 통신사업자와는 계약을 체결하고 망 이용료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이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증언 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