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MSI 결승전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2022 MSI 결승전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라기에는 너무나도 추한 대회였다. 규칙은 무시되었으며 특혜가 뒤따랐고 공정성은 죽었다. 재미와 감동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얼굴이 찌푸려지고 분노했다. 마치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악몽이 재림한 것 같았다.

이것은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MSI는 롤드컵으로 이어지는 시드권이 주어지는 대회이자 리그오브레전드(LOL)게임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축제의 장 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부산에서 치뤄졌기 때문에 국내 팬들은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올해 대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중국 대표팀이자 우승팀인 RNG에 대한 운영 측의 도넘은 특혜가 이어졌다. 참가팀 중 유일하게 방역정책을 이유로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경기를 치루겠다고 밝혔으며, 엄연한 규정인 이어폰과 마이크 사용은 대놓고 위반했다.

그런데도 중국 LOL 팬들은 진실에 눈을 돌리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한국대표인 T1이 부정을 저질렀다며 힐난했다. 이 기조는 결승전에서도 이어져, RNG는 특혜를 그대로 유지했고, T1은 하지않았을 밴픽 실수까지 이어지며 패배했다. 그런데도 웨이보나 비리비리 등지에는 T1을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 

문제는 이것이 예견된 참사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조짐은 있었다. 지난해 MSI에서는 RNG의 요청에 따라 4강 경기 순서가 참가한 팀과 선수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당시 담원 등 일부 팀들은 럼블 스테이지 결과와 상관없이 일정 변경을 통보받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불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페널티를 받게됐다. 게다가 명확한 이유를 출전 팀과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왜 대회 운영진이 중국팀을 옹호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LOL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설립되었으며, 지속적인 투자로 성실했고 텐센트에 인수되어 현재까지도 ‘중국 회사’다. 그렇다면 자국팀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e스포츠다.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아니던가? 과연 MSI 참가팀 11곳 중 한팀만이 특혜를 받고 웃으면서 끝나는 것이 스포츠 대회인가? 운영주체의 마음에 따라 판정이 끊임없이 번복되고, 특정 선수나 팀만이 유리한 결과가 반복되는데 e스포츠를 진정한 스포츠라 부를 수 있는가? RNG가 우승한 뒤 경기장의 관객들 사이에서 박수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중들도 이것이 공정한 경기가 아님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몇 년째 라이엇의 답변과 변화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라이엇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대책도 없이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가? 이미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멀리와버린 것인가? 

특혜를 받은 누군가는 웃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방치하면 종래에는 e스포츠라는 단어 자체가 죽어버릴 수 있는 위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마음 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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