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주 혁신도시[사진=연합뉴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주 혁신도시[사진=연합뉴스]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심모(56)씨는 8년 전 근무하던 회사가 경기도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 주말 부부로 살다가 5년 전 회사 근처로 이사했다. 자녀들이 모두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 부부 두명이 살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북 대구 혁신도시에서 한 공공기관에 근모하는 윤모(45)씨는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육 문제로 서울에 거주 중이고 윤씨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거주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19년 마무리됐다. 이를 계기로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이 혁신도시로 지정됐다. 

최근에도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가 내달 1일 지방선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해당 문제는 수도권의 집중된 인구의 지방 분산 차원에서 오랫동안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개 중 서울 등 수도권에 44.3%인 164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125개로 전체의 33.8%를 차지했고 경기가 31개, 인천 8개 순이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이상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3곳 중 1곳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

그 다음으로는 대전(40개), 경기(31개), 세종(26개), 부산(22개), 대구·전남(각 16개), 충북(14개) 등의 순이었다. 제주(5개), 충남(7개), 인천(8개)로 나타났으며 광주가 4개로 가장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15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될까

최근에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산업은행 노조에서는 이를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13일 산업은행 인근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이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KDI 연구위원 “질적 정주 여건 상향 등 필요”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혁신도시의 인구와 고용이 단기간에 늘어났고, 제조업과 지식·지역 서비스업에 기반을 둔 산업들이 증가했지만 지식기반산업의 고용은 증가하지 않는 등 한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문윤상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정책포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 및 정책 방향’을 통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를 위해서는 질적 정주 여건을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도시의 기반시설과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가족 동반 이주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질적 정주 여건을 상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질적 정주 여건으로는 ▲문화시설 ▲여가시설 ▲교육시설 등을 꼽았다.

그는 “지역 발전에 있어서 광역시급 거점도시 ‘cognitive hub’라고 불릴 만한 거점도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계가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을 확대하고 인적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공공기관의 일자리들은 대부분 다 고학력·고숙련 일자리이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관련 산업의 연관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과가 있는 분야를 선정해서 공공일자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아울러 “이전 지역 주변의 대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기반시설과 인적 자료의 교류가 활성화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일자리 배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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