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서 현대산업개발 4곳 현장 수주
“평생 살 집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

[사진=고천나구역 조합원 제보]
[사진=고천나구역 조합원 제보]

경기도 안양에서 쏘아올린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사 반대’ 현수막이 의왕시까지 번지면서 전국 곳곳에 퍼졌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잇따른 대형 사고로 건설업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과 이에 따른 자금 압박 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본지가 조사한 결과, 현재 의왕시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현장은 고천가구역, 고천나구역, 부곡다구역, 지식산업센터 총 4곳이다. 고천가구역은 최근 상가분양을 성황리에 마친 상태다. 고천나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부곡다구역은 지난해 7월 시공사가 선정됐고 현재 가계약상태다. 

고천나구역은 재개발지역으로 의왕시 고천동 265번지 일원에 위치했다. 구역면적은 9만 404㎡, 지하3층~지상 40층 규모의 공동주택 11개동을 짓는 사업으로 1913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다. 

부곡다구역은 의왕시 삼동 146번지 일대로 구역면적이 6만 916.8㎡이다. 이곳은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하4~지상29층 높이의 아파트 1500가구가 들어선다.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이다. 

[사진=고천나구역 조합원 제보]
[사진=고천나구역 조합원 제보]

현대산업개발에 뿔난 의왕민심

고천나구역 일대인 고천동과 왕곡동에는 ‘부실시공 하자천지 현대사업 물러나라’, ‘불법시공 자행하는 현대산업 배제해라’, ‘의왕시는 현대산업개발 관내공사 언제까지 두고보냐? 의왕시는 당장 해결해라’, ‘살인시공 현대산업 우리목숨 못맡긴다’, ‘부실공사 살인기업 현대산업 퇴출해라’ 등 총 10장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고천나구역 조합원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사고라는 것이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사고를 안나게끔 예방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동네 아이파크는 사고 난 뒤로 집 값이 3억이나 떨어진 것으로 알고있다. 내 자산을 지키려면 현대산업개발은 고천나구역에서 빠져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더 이상 끔찍한 사고는 일어나면 안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그래도 신뢰가 안간다. 거기는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등 허가없이 동바리도 제거한 곳”이라며 “그런 곳을 어떻게 믿고 평생 살 집을 맡길 수 있겠느냐? 난 불안한 집에서는 못산다”고 강조했다. 

부곡다구역 일대에는 ‘내 생명과 재산을 현산에 맡길 수 없다 시공사 선정을 무효화해라’, ‘내 자산 내 가족안전을 위해 현산은 물러가라’, ‘컨소 밀어 부치더니 부실기업 추락했네 현산은 조용히 떠나거라’, ‘우리 단지를 제2의 화정으로 만들 수 없다 현산은 물러가라’ 등 총 10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부곡다구역 조합원은 “광주 화정동 사고가 발생하고 한참 후에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바로 김앤장부터 선임한 걸 보면 알 수 있다”면서 “꼬리 자르기일 뿐 진실된 뉘우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정신차리고 잘 지을거란 헛된 믿음은 버렸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카페에는  ‘관내 현산사태 관련 엮여있는 곳들의 의견이 어떠신지요?’라는 질문에 ‘현대산업개발 지금하고 큰 변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보통 3개월 후면 잊혀진다. 경험상 바뀌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이 처음도 아니고 이런일이 두 번째인데 이제부터 잘 지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대형 건설사들이 자기 이익만 바라보는 집단이라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산과 내 목숨이 달린 일인데 우리가 지켜야 한다’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사진=부곡다구역 조합원 제보]
[사진=부곡다구역 조합원 제보]

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 하락 초읽기

한편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들에 이어 은행권도 본격적인 하향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의 여신 익스포저(Exposure‧위험 노출액)는 1100억원 규모다. 

은행들은 기업여신의 위험 관리를 위해 통상 1년에 한차례 자체 신용등급평가를 하는데 대기업의 경우 중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평가등급을 수시로 매긴다. 주로 산업위험과 영업위험, 지배구조 등 경영위험, 재무위험, 현금흐름 등의 항목별 평가를 실시한다. 

현대산업개발에 여신 익스포저가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변제기한이 1년 이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59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시공사 계약해지와 신규 수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게 된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와 관련해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산업개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유동화단기사채(ABSTB) 규모는 약 1조 9000억원이다. 작년 말 현재 별도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 1조 9000억원과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 등을 고려하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하나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약화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신평은 지주사 HDC가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HDC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이 평가한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A+다. 나이스신평도 HDC와 현대산업개발의 장기·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사진=부곡다구역 조합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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