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현장 사과문서 수신과 본문 조합 명칭 틀려 
새 사업 수주는 중요하고 기존 사업장은 다 잡은 물고기?

고천나구역 사과문과 관양현대 슬로건 [사진=소비자제보]
고천나구역 사과문과 관양현대 슬로건 [사진=소비자제보]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대형사고를 2번이나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새 사업 수주에만 열의를 쏟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기존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수신에는 ‘의왕고천나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본문 내용 중 3번 중 (2)에는 공사 예정인 ‘신한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엄연히 잘못된 내용이다. 

고천나구역 재개발 조합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사과문내용이 같다하더라도 수신과 내용은 확인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천나구역은 다잡은 물고기냐? 그래서 이렇게 검토없이 보낸 것 같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관양현대에만 열의를 쏟고 있는 모습을 보여 기존 수주 사업장 조합원으로서 기분이 상했다”면서 “오직 관양에만 집중하겠다더니 정말 관양에만 집중한 모습을 보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고천나구역의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아직 정식 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당초 이날 본계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무기한 연기됐다. 고천나구역은 의왕시 고천동 265번지 일원에 위치한 9만 404㎡에 지하3층~지상 40층 규모의 공동주택 11개동을 짓는 사업으로 1913세대 입주할 예정이다. 

안양 관양현대에 붙여진 현수막 [사진=소비자제보]
안양 관양현대에 붙여진 현수막 [사진=소비자제보]

현대산업개발 ‘오직 관양현대만 집중하겠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자숙은 고사하고 현재 추정공사비 4200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오직 관양 현대만 집중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구역 곳곳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거리 홍보를 펼치고 있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은 현재 조합측에 입찰의향서와 200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재건축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 규모는 지하 3층~지상 36층, 1300여 가구로 조합은 다음달 4일 사전투표, 5일 조합원 총회와 본투표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원 수 십여명을 상대로 부산지역 여행을 제공, 도시정비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도정법에는 ‘시공사 선정 시 금품, 향응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받은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시 조합원 수 십여명을 모집해 당일치기 코스로 부산을 다녀왔다. 세부 일정을 보면 조합원 이동 시 KTX특실과 리무진을 이용하고 한정식과 회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륙도를 오가는 부산해상관광 유람선을 태워 관광도 시켜줬다고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실상 ‘관광성 로비’라며 현대산업개발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해운대 아이파크 견학”이라는 터무니 없는 해명을 내놨다. 로비는 이 뿐만 아니였다. 

그러던 중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가 한 조합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해당 조합원은 “현대산업개발 담당자가 1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건넸으며 이를 돌려줬더니 또다시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다”고 폭로했다.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 현대 시니어모임이 붙인 현수막 [사진=소비자제보]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 현대 시니어모임이 붙인 현수막 [사진=소비자제보]

현대산업개발 보이콧 전국 확산

이러한 로비 구애에도 불구하고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최근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 현대 시니어모임’ 명의 현수막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순 없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이는 조합원들의 성난 민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관양현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안양시 비산동의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도 ‘불안해서 못 살겠다. 부실시공 현대산업개발 퇴출’, ‘우리는 살인 시공사에 목숨을 못 맡긴다’는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2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난 이후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합은 2016년 7월 현산(지분 70%)과 코로롱글로벌(지분 30%)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이 사업은 비산3동 354-10번지 일원 12만 8037㎡에 지하 3층∼지상 31층 규모 아파트 2882가구와 부대 복리 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붕괴 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시공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했던 정비 사업장들에서 이탈 움직임이 보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전국에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은 총 65곳에 달한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