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빨래방 세탁물 훼손, 잔액 환불 불가 등 피해 잇따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 예방 위한 표준약관 제정 필요”

A씨는 2020년 1월 셀프빨래방에 방문해 극세사 이불의 건조가 가능한지 영업소 내 게시물과 관리자에게 확인한 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건조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불이 타는 등 훼손돼 배상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이불의 취급주의 라벨에 건조기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표시되어 있음을 이유로 거부했다.

B씨는 2019년 11월 셀프빨래방에서 세탁 후 세탁물이 검정색으로 심하게 오염됐다. 세탁기 내부에 볼펜이 있음을 확인하고 사업자에게 배상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무인영업소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매번 세탁기 내부를 확인·관리할 수 없다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B씨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보상을 거부했다.

C씨는 2017년 5월 셀프빨래방에서 세탁물 약 10여개를 세탁하고 개인사정으로 2일 후 세탁물을 회수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세탁물이 모두 분실돼 CCTV를 확인한 결과 사업자가 세탁물을 폐기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배상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세탁물을 연락없이 방치한 C씨의 책임이라며 거부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세탁물 훼손·오염, 환불 불가 ‘불만’ 많아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의 일상화로 셀프빨래방(무인세탁소)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셀프빨래방은 업자가 일정한 공간에 세탁기·건조기 등을 설치해두면 고객이 현금 또는 카드결제를 이용하여 요금을 지불한 뒤 스스로 세탁물을 세탁 또는 건조하는 장소다. 코로나 이후 가맹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016년~2020년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신청된 셀프빨래방 관련 상담 284건을 분석한 결과, 2020년의 상담 신청건수는 87건으로 2016년 28건 대비 약 3.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상담 신청 이유로는 세탁물이 찢어지거나 변색되는 등의 ‘세탁물 훼손’이 41.2%(117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잔액이 환불되지 않는 등의 ‘결제·환불’이 20.4%(58건), 세탁기·건조기 내 잔여물로 인한 ‘세탁물 오염’이 20.1%(57건)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세탁기 문을 닫다가 손가락을 다치거나, 영업소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빨래방 시설 청소 상태에 대한 불만, 세탁기 고장에 따른 사업자의 소비자에 대한 배상 요구 등도 많았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정보제공 미흡하고 잔액 발생해도 환불 어려워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워시테리아, 월드크리닝, 크린업24, 크린에이드, 크린위드, 크린토피아 등 서울 소재 셀프빨래방 44개소에 대해 세탁 및 건조 금지 의류 표시, 세탁기·건조기 등 기기의 요금 환불 기능 유무, 훼손·분실 세탁물보상 여부 표시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개소(22.7%)가 물세탁이 금지되는 의류인 가죽·모피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또 27개소(61.4%)는 건조기 사용이 금지되는 실크, 캐시미어 등 의류 안전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세탁기·건조기 투입 금지 의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다가 세탁물이 훼손되는 사례가 많았다.

조사대상 셀프빨래방 44개소 모두 소비자가 세탁 요금을 투입하면 세탁기·건조기 사용 후 잔액이 발생하더라도 기기를 통한 환불이 불가능했다. 더욱이 이 중 22개소(50.0%)는 요금 환불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고지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38개소(86.4%)가 세탁이 완료된 후 소비자가 회수하지 않은 세탁물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 등을 비치하지 않아 분실 위험이 있었다. 특히 분실물 보상에 대해 27개소(61.4%)는 사업자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표시하고 있어 이용 시 세탁물이 분실되지 않도록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 ‘셀프빨래방 표준약관 제정’ 공정위에 건의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약관광고팀 정혜운 팀장은 “다양한 소비자불만 요인이 존재하는 셀프빨래방과 관련해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표준약관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세탁 및 건조 금지 의류에 대한 사업자의 정보제공 강화 ▲소비자 이용 잔액에 대한 사업자의 환불 의무 명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세탁물 훼손·분실에 대한 사업자의 배상책임 명시 등이 포함된 ‘셀프빨래방 이용 표준약관(안)’을 마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정혜운 팀장은 소비자들에게는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세탁·건조가 끝난 후 신속히 세탁물을 회수하고 세탁 전 세탁기·건조기 내부와 세탁물 주머니에 종이, 화장품, 볼펜 등 잔여물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특히 영업소 내 게시된 세탁 금지 의류 등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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