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쿠쿠홈시스 렌털 이면계약서 작성 의혹(上)
“계약내용 바꾸고 소비자에게 위약금 청구해서 깜짝 놀랐다”

  

쿠쿠 정수기
쿠쿠 정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쿠쿠가 가짜계약서로 부당이익을 챙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쿠는 최근 정수기 렌털 계약을 해지한 40대 남성 고객에게 위약금을 청구했다. 고객은 계약서를 살펴본 뒤 의무사용기간이 지났으니 위약금이 없다며 항의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고객은 자신이 보관하던 계약서와 ㈜쿠쿠홈시스가 제시한 계약서가 서로 다르다고 폭로했다. 쿠쿠가 가짜 계약서로 고객에게 위약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은 충격적이었다.

쿠쿠가 고객 몰래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가짜계약서를 근거로 위약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10일 소비자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쿠쿠 정수기 렌털 계약을 둘러싼 가짜계약서와 위약금 청구를 조사하고 있다. 가짜계약서의 존재를 인정한 쿠쿠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으니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가짜 계약서에 대해서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경제신문에 소비자고발한 제보자는 “나는 위약금을 내지 않았기에 실질적인 손해를 보진 않았다”면서도 “다른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쿠는 제보자에게 위약금과 면제금(약 35만 7600원 추정)을 요구했었다. 제보자는 “나는 계약서를 찾았지만 계약서를 찾지 못하거나 분실한 사람은 꼼짝 없이 위약금을 냈을거다”며 혀를 찼다. 쿠쿠가 그동안 가짜계약서로 고객을 상대로 부당이익을 챙겼을 수 있다는 의심이었다. 

소비자 기만한 가짜계약서

쿠쿠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 등에 밭솥을 납품하던 주문자상표부착(OEM) 기업 쿠쿠전자㈜는 쿠쿠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했다. 구본학 대표는 2019년 쿠쿠홀딩스를 내세워 지배구조를 개편했고 쿠쿠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밭솥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제보자는 2017년 8월 25일 185만원 상당의 쿠쿠정수기(CP-PS011S)를 렌털했다. 계약 당시 회사는 쿠쿠전자(주)였다. 제보자와 쿠쿠전자가 작성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의무사용기간(1~36개월) 3만 900원인 월 렌털료는 37개월부터 2만 8900원으로 떨어진다. 제보자는 계약 당시 등록비(10만원)와 소모품비(10만원), 제품설치비(3만원)를 면제받았다.  

제보자는 올해 2월 렌털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쿠쿠홈시스는 위약금을 요구했다. 위약금이 없을 거라고 추측했던 제보자는 집안을 샅샅이 뒤져서 계약서를 찾았다. 계약서 내용을 보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보자는 쿠쿠홈시스에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자신이 보관했던 계약서와 다르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계약 해지에 대한 내용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 제보자가 보관했던 계약서에는 “의무사용 기간(36개월) 내 해지 시 할인, 면제받은 금액과 위약금이 청구됩니다”란 내용이 담겼다. 의무사용 기간이 지나면 위약금이 청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쿠쿠홈시스가 보관한 계약서에는 “계약기간(60개월) 내 해시 시 할인·면제받은 금액, 위약금 및 계약 시 지급받은 사은품 비용 등이 청구됩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의무사용 기간이 지나도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제보자는 쿠쿠홈시스 가짜 계약서에는 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 고객 보관용 계약서와 쿠쿠홈시스 가짜 계약서는 달랐다. 계약서 양식이 달랐고 계약서에 쓰인 글씨도 달랐다. 게다가 계약 당시인 계약주체는 쿠쿠전자㈜였지만 쿠쿠홈시스㈜로 적혔다. 쿠쿠홈시스는 계약시점(2017년 8월)보다 4개월 뒤(2017년 12월) 생긴 법인이라서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반증이었다. 

“가짜계약서로 부당이익 챙겼나?”

쿠쿠홈시스가 가짜계약서로 위약금을 청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제보자 외에도 가짜계약서로 위약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쿠쿠가 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해서 소비자에게 위약금 등을 청구하는 등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계약서가 왜 다르냐?” 제보자는 위약금 청구에 대해서 고객센터로 항의했었다. 당시 쿠쿠 고객센터는 법인이 쿠쿠전자에서 쿠쿠홈시스로 변경되면서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 등을 내야 한다고 항변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제보자는 지난달 15일 쿠쿠(주) 구본학 대표이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수기 렌털 계약을 해지할 것과 즉시 정수기를 철저해주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통보했다. 쿠쿠는 사흘 뒤 정수기를 철거하며 위약금 등을 청구하진 않았지만 사용료 약 3만원을 받았다.

“만약에 내가 쿠쿠가 보관하고 있는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고객 몰래 만들어진 계약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의무기간 사용이 지났는데도 계약기간이라고 우겼을 경우 계약 시 면제받은 23만원과 월별 면제금 12만 7600원을 합한 35만 7600원을 내야만 했을 것이다. 내용증명을 보내고 가짜계약서를 지적한 후에 (쿠쿠가)급하게 처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다.”

공정위에 쿠쿠를 신고한 제보자는 “쿠쿠에서 정수기 등을 렌털하는 소비자가 170여 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 나같이 36개월 후에 해지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1% 정도 된다고 계산해도 35만 7600원×1만 7000명= 60억 7920만원이다. 10% 정도 된다고 가정한다면 35만 7600원×17만명= 607억 92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 그냥 간과할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쿠쿠 가짜계약서 존재 인정 

쿠쿠는 소비자경제신문에 가짜계약서 사건은 소비자의 오해라고 주장했다. 쿠쿠 홍보담당자는 “2017년 쿠쿠전자(주)가 렌털부문인 쿠쿠홈시스(주)와 가전부문인 쿠쿠전자(주)로 분할되면서 약관이 변경됐다. 이를 고객에 통지했으나 고객이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왜 계약서를 바꿨냐는 질문에 쿠쿠는 “소비자와 계약한 원시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계약자가 참고하도록 ‘참고용 계약서’를 보낸다. 참고용 계약서는 말 그대로 원시계약서와 다르며 간단한 내용을 적시하고 있고 변경된 약관이 적용돼 있다”고 주장했다.

쿠쿠 해명이 사실이라면 쿠쿠홈시스가 진짜계약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짜계약서(참고용 계약서)를 이용해서 위약금을 청구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경제신문이 진짜계약서를 보관하고 있냐고 묻자 쿠쿠는 “소비자와 계약한 계약서는 소비자가 1부, 회사가 1부 가지고 있다. 다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회사 원칙이다.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것은  오해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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