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도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선전
작년 매출 236조 2000억원 역대 세 번째로 높아
환율·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3분기보다는 줄어
올해 반도체 슈퍼호황…영업이익 50조원 전망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던 3분기보다는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과 ‘집콕’ 수요 증가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19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35조 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2.54%) 증가해 2017년(239조 5800억원)과 2018년(243조 77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총 236조 26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예년에 비해 부진한 시작을 보였다. 하지만 3분기 들어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가 폭발하고 비대면(언택트)·집콕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부문까지 선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삼성의 판매율은 2019년과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이윤을 많이 남긴 셈이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특수를 톡톡히 누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 등 무역갈등에도 흔들림 없었고 TV와 가전도 신제품을 앞세워 집콕 수요를 끌어들였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2019년 동기 대비 각각 25.7%, 1.87% 증가한 영업이익 9조원, 매출 61조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양호하지만 증권가의 전망치(9조 1000억원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결과다. 작년 3분기에 비해서도 둔화했다. 이는 4분기 들어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정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락,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을 4조 3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인 시황은 양호했으나 4분기 들어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약세로 3분기(5조5천400억원)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8000억∼9000억원대, 모바일(IM) 부문은 2조 3000억∼2조 4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주로 국내 생산이 많아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가전·휴대폰 등 세트(완성품)부문에 비해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모바일(IM) 부문에 대해 3분기 신형 갤럭시 시리즈로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애플의 신형 아이폰12 흥행과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락다운(이동제한령) 등의 영향으로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 6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테리어 가전 ‘비스포크’ 시리즈를 중심으로 선전했다. TV도 연간으로 2019년의 4407만대보다 늘어난 4900만대 이상(옴디아 집계 기준) 판매실적을 올렸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할인판매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된 4분기의 수익성은 3분기보다 떨어졌다.
이에 비해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폰과 TV 등에 쓰이는 OLED와 LCD 패널 단가가 급등한 디스플레이(DP)는 1조 5000억원 내외의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도래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작년 실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 한해 영업이익은 50조원 이상으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호황기(53조 7000억∼58조 9000억원)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KTB 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14조∼15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2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증권가는 엑시노스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