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별 논리대결 ‘경제 해법 찾아 삼만리’

얼마전 끝난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삼성이었다. 재경위와 정무위, 법사 위 등 주요 상임위 마다 삼성 관련 사안이 핵심이슈로 다뤄졌다. 의원 보좌진에서는 ‘삼성을 다루지 않으면 게으르다는 증거’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하지만 언론에서 ‘삼성때리기’라는 지적이 등장하자 더 잘 하라는 의미의 ‘주마가편’이라는 ‘친절한’ 해명성 발언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금산법은 어디로?
매각 vs 의결권 제한

재경위 국감 역시 ‘삼성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삼성이 주요 이슈였다. 비록 경제에 부작용이 우려돼 국감 중반 이후 삼성에 대한 공세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금산법’과 관련된 논쟁과 ‘재경부의 봐주기 의혹’, ‘삼성상용차 3000억대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은 그야말로 뜨거운 핵심 쟁점이었다.

이 중 최대 현안은 역시 금산법이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각 당은 주요 법안에 대해 당내 의견 모으기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은 금산법 개정을 위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오전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 주재로 재정경제위 의원들과 재정경제부 관료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만나 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달말까지 당론을 정리할 계획이다.

19일 현재 여당내에서는 5%룰에 위배가 되는 지분의 경우 유예기간을 주고 매각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생명와 삼성카드에 대해 각각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리대응론’의 각론에 견해차가 있어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측면에서 정부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은 박영선 의원안보다 더욱 강력한 금산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5% 초과지분은 매각하되 박영선 의원안보다 짧은 2년내, 즉 현 정권내에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금산법 개정 문제와 관련 소급입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은 ‘금산법 개정을 통한 기존 주식에 대한 처분 강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새로운 법에 의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강제처분토록 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원칙 등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산법 제정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식에 대한 처분명령권 적용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수 확대되나
포퓰리즘 vs 서민 부담

정부ㆍ여당이 올해 세수부족을 이유로 2조원대 세수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야당은 ‘서민 부담 가중’을 이유로 반대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10조원 규모의 감세정책을 발표해 세금 공방을 가열시켰다.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 법인세율 인하, 유류세 10% 인하,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의 특소세 면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보면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안내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지갑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문석호 의원도 야당이 ‘감세라는 단물’로 국민여론을 호도해 부동산 대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조직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한나라당의 감세정책 중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부분에 대해 2%를 위한 정책이라며 비난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록세 폐지 등 함께 내놓은 다양한 감세 정책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 “봉급생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감세안을 두고 포퓰리즘이라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8·31 부동산 대책
세부담 증가 vs 가격 안정

재경부 국감에선 8·31 부동산 대책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8·31 부동산 대책과 관련 여야 의원들간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책으로 서민들의 부동산 세부담이 증가된다고 지적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략적 호도’라고 맞받아치면서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토지초과이득세 도입 등 강력한 보완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당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의 97%가 8·31 부동산 대책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재산세만을 내는 일반 서민들도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8ㆍ31 대책이 시행되면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 2017년에는 선진국 수준의 2배에 달한다”면서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없애기 위해 1가구 2주택ㆍ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각 60%, 70%로 올리고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부총리는 “과세표준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서민들 세금이 전혀 안는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종부세 대상자에 비하면 그 부담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8ㆍ31대책 관련 사업 46개 중 10개 항목은 해당 지자체 등의 예산이 필요한데 협의조차 없었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공기업 부실ㆍ방만 경영
감사원 전면감사 착수키로

공기업의 부실ㆍ방만 경영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공기업들의 각종 비합리적 경영행태에 드러나면서 감사원까지 나서게 됐다. 감사원은 226개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전면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토지공사는 ‘땅장사’로 지난해 6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땅장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순익을 2000억원이나 줄여 잡는 ‘분식 회계’를 감행했다.

부채상황과는 상관없이 직원들을 위해 ‘돈찬치’를 여는 속터지는 관행도 여전했다.
대한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는 만성적 부채에 시달리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천억원대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직원 성과급은 2002년 564억원에서 지난해 1032억원으로 늘어났다. 석유공사는 2002년 정부의 임금인상 지침이 6%였음에도 불구하고 24%나 올렸다.

도덕적 해이도 문제로 거론됐다. ‘철우회’, ‘석우회’, ‘도성회’ 등 퇴직자단체에 이권을 몰아준 것. 마사회의 경우 1000%가 넘는 상여금에도 불구하고 직원 3명당 1명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했다. 또, 상임감사는 1년 간 1800만원에 이르는 경조사비를 회사돈으로 충당해왔다.

열린우리당 장경수 의원은 “철도공사는 ‘철우회''에 대해 승무원숙사 위탁관리 등 5년간 117억원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겼다”면서 “철우회의 수도권 관리 원에게는 근거도 없이 1년간 무료 전철승차권을 지원했다”고 질타했다.

이와 같은 부실ㆍ방만 경영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낙하산 인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은 “국감을 통해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목격했다”며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에 있어 추천은 청와대 내부에서 하되 검증은 외부에 맡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외환은행 인수 의혹
BIS 비율 조작 불법로비 의혹도

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2년 전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12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론스타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스타타워 빌딩 매매차익 소득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돼 800여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관계사 임원 출신들이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11일 국정감사에서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벌여 금융당국으로부터 모종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자 금융감독 당국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낮춰 매각이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BIS 비율 조작으로 외환은행이 졸속 매각됐다”고 밝혔다. 은행법 시행령에 의할 경우 외국인의 국내은행 인수는 외국 금융기관만 가능한데,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사모펀드도 인수가 가능하다’는 예외규정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외환은행의 비관적 시나리오에 적용된 기준은 다른 정상적인 은행도 모두 부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 역시 당시 정부가 고의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떨어뜨렸고, 이 결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9일만에 9.14%에서 6.2%로 재평가해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지정하고 졸속 매각을 승인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당 김양수 의원은 “2002년 론스타는 재경부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투자금액, 경영권 참여 등을 명시한 비밀협정을 체결했다"며 “2003년 론스타는 금감원의 승인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재경부를 압박했다"고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몰아 론스타에 예외적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의 이슈

리디노미네이션, 삼성생명상장

이번 국감장에서는 과거 논의된 바 있는 리디노미네이션도 언급됐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11일 “리디노미네이션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라며 “경기상황이 좋아지면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고액권 발행에 적극적인 한국은행과 달리 한부총리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보다 신용카드와 같은 새로운 유통수단 이용이 크게 활성화된 상태”라고 말해 고액권 발행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국가재정과 세수부족, 금산법 등을 놓고 삼성생명을 상장해 삼성자동차의 손실보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손실보전 문제는) 삼성생명 주식 상장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재정경제부는 생명보험사 상장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필요하면 법제화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