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공공기관 ‘클린카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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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정창규 기자] 유흥업소 등 특정 업소에서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법인카드인 ‘클린카드’를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카드회사에 ‘금지 업종 지정 해제’를 요구한 뒤 편법 사용한 것으로 들어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6곳을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8년 6월부터 1년 6개월간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한 액수가 1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약 6억 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에 따라 법인카드 이용이 금지된 장소에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A기관은 퇴임 직원 환송회 등의 명목으로 유흥주점에서 2000만원을 결제했다. B기관은 2009년 1∼8월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2000만원을 사용했다. 업무와 상관없는 시간대에 사용된 법인카드 명세도 문제가 됐다. C기관은 2008년 7월∼2009년 12월 주말과 공휴일에 법인카드로 1억1960만 원(989건)을 결제했지만 업무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법인카드는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에 의해 사용금지 업종이 규정돼 있다. 유흥업소나 노래방, 골프장, 사행업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권익위)가 유흥업소 등에서 원천적으로 결제가 안 되는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한 뒤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클린카드를 쓰고 있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 결과 일부 공공기관은 카드회사에 영업용으로 필요하다며 사용금지 해제를 요청한 뒤 유흥업소, 골프장 등에서 버젓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심야나 휴일, 원거리 지역, 사용금지 업종 등에서 결제되거나 분할결제, 동일 업소 반복 이용 등이 발견될 때 해당 기관 감사관실에 사용 내역이 곧바로 통보되도록 한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법인카드로 개인 골프용품이나 고가의 선물을 사고 유흥주점을 이용하고도 이를 부패가 아니라 관행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었다”면서 “과도한 접대비를 숨기려고 나눠 결제하거나 허위 증빙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렴교육관에서 130여 개 공공기관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공공기관 협의회를 열고 법인카드 관련 내부통제 장치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확산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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