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과점 6대 은행, 금리 담합으로 돈잔치
불투명한 가산금리 결정기준이 원인, 금융당국이 규제 나서야

 

시중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금융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금융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최주연 기자] 은행권 대출이자가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는 호구로 전락하고 은행권은 금리담합으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6대 은행이 이러한 밀실관행으로 금융 후진국을 자초하고 있어 당국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3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은 일반에 공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같은 사람이 같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상황이나 영업점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같은 손님이어도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른 가격표를 받는 것인데, 금융소비자들은 ‘혹시 내가 호구는 아닐까’ 하는 찝찝함을 가지고 대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월 분양한 서울 중랑구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 청약 당첨자들은 연 6.92%로 수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이 중 가산금리는 4%로, 인근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리보다 매우 높았다. 그런데 당첨자들이 고금리에 대해 항의하자 수협은행은 금리를 1%p가량 낮춰 줬다.

같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도 차주가 하기에 따라 훨씬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대출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공개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금리 산정방식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은행권에서 “원가 공개다”라며 꺼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의 입맛대로 일단 높은 금리를 부르고 보자는 속셈이라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의 설명이다.

대출금리결정체계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대출금리결정체계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다음 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비용(프리미엄), 영업에 소요되는 기타 비용들, 그리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마진율로 구성된다. 가감조정금리는 통장·카드개설 등에 따른 우대금리와 지점장 전결금리로 나뉜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해도 이것이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의 어떤 부분에서 변동이 발생한 것인지 금융소비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갑자기 내야 할 이자가 늘어난 것이 유동성 프리미엄의 증가 때문인지, 지점장이 실적 조정을 위해 전결사항을 변경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은행은 이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유리한 대로 설명하면 그만이다”라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은 조달금리와 기준금리의 차이를 말하는데, 은행이 예금금리(조달금리)를 올려놓고 그 이유를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서’와 같이 둘러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2년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자율규제인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르면, ‘리스크 프리미엄은 실제 조달비용을 반영한 조달금리와 차주에게 적용한 대출 기준금리간 차이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산정한다’와 같이 기준이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고, 다른 기준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둘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투명한 가산금리 결정체계는 금리가 기름값처럼 변동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은행들의 금리 담합을 부추기기도 한다.

국내 은행권은 사실상 6대 은행의 과점시장이다.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금리의 결정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은행들은 담합해 금리를 높여 불러 폭리를 취하고 편히 돈잔치를 벌일 수 있는 이유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가산금리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이러한 금융 후진국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나서 지금과 같은 뜬구름 잡는 식의 기준이 아닌 구체적인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은행이 스스로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리 담합으로 은행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면서 “은행들 역시 ‘원가공개다’라는 핑계 대신 가산금리 결정기준을 더 명확히 제공하고, 고객들에게 자의적 금리 바꾸기로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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