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선행조건 불이행…이스타항공 파산과 직원들의 대량실직 가능성 커져

김포공항의 이스타항공 소속 비행기. 연합뉴스
김포공항의 이스타항공 소속 비행기. 연합뉴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해 이스타항공은 파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하며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초과로 인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후 주식매매계약 해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인수합병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계약서상 선행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들며 이스타항공과의 계약 해지를 저울질해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쪽에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한 1700억원의 미지급금을 지난 15일까지 해소할 것을 계약 선행조건으로 요구했으나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이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인수 무산을 예상해왔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협상 실패로 방향이 잡히면서 이스타항공 파산과 1600여명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량실직 가능성도 커졌다. 두 항공사는 이후 인수 무산의 책임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에는 제주 항공이 인수를 포기한 이유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에 따르면 인수 과정에서 인사·노무와 관련한 소송·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란 단서 조항을 어기면 제주항공은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할 권한이 생기는 구조였으나 체결 후 조건인 구조조정에 조종사 노조가 전면 반대하고 지난 4월 29일 창업주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를 고발하면서 계약 무효 권한이 충족되어 제주항공이 언제든지 무산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금까지 고용보장 없는 인수합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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